세계기상특성(WWA) 분석, 최악의 한국 산불가능성 두 배 된 결과
연구진은 한국 지역에서 산불 위험을 주도하는 3요소인 ‘고온-건조-바람 지수’(HDWI)의 추세(5일 평균) 분석을 통해 당시 산불의 급속한 확산에 기여한 극한 상황을 포착했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된 지난 3월 영남 일대 산불은 고온, 건조, 강한 바람 등 3요소가 맞물린 기상조건 때문에 발생했는데,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그 발생 가능성이 산업화 이전보다 두 배 높아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국적 기후변화 연구 기관인 세계기상특성(WWA)은 지난 29일 미디어브리핑을 열고 한국 산불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준이 부산대 교수팀과 양영민 전북대 교수팀을 포함해 전세계 15명의 학자들이 참여한 연구진은 “올해 한국에서 발생한 극단적인 산불 상황은 기후변화에 따른 장기적인 추세의 고온과 더불어 복잡한 한국의 지형적 특성에 따른 강수량의 큰 변동성, 강풍 등 자연적인 변동성이 만나 발생한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의 기본 전제는 “기후변화가 지속적인 고온 현상을 통해 토양과 식생을 건조하게 만들어 산불 발생 및 확산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한국 지역에서 산불 위험을 주도하는 3요소인 ‘고온-건조-바람 지수’(HDWI)의 추세(5일 평균) 분석을 통해 당시 산불의 급속한 확산에 기여한 극한 상황을 포착했다.
또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가 한국 산불에 미친 영향을 정량화하기 위해 산업화 이전보다 기온이 1.3도 상승한 현재의 기후와 산업화 이전의 더 서늘했던 기후를 비교·분석했다.
화석연료 연소로 지구온난화가 1.3도 진행된 현재 기후에서도 한국에서 산불이 발생한 3월22일 이후 5일 동안 관측된 고온-건조-바람 지수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연구진은 “평균적으로 300년에 한번 정도 발생”할 만한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양영민 전북대 교수는 “3월19일부터 그린란드 주변 ‘블로킹’(북극 지역 찬 공기를 가두는 작용) 패턴의 약화로 대기 순환이 더욱 활발해진 결과 바이칼호 인근의 고기압 능선이 한반도를 통과하면서 3월21~26일 고온·건조한 날씨를 가져왔다”며, 이 시기 일 최고기온 신기록이 경신되는 등 “이례적으로 높은 기온과 낮은 습도로 인해 식생이 극도로 건조해졌고 산불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영남 산불을 두고 한국 산림당국의 인공조림 정책이 산불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연구진은 “주된 원인은 극도로 이례적이었던 ‘덥고 건조하며 강풍이 동반된 기상 조건’”이라며 기후변화에 더 무게를 실었다. 테오 키핑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산불연구센터 연구원은 “일각에선 한국의 대규모 조림 사업이 이번 산불 피해를 악화시킨 요인이라고 지적하지만, 실제로는 강수 부족과 극심한 고온이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에서 산불 위험을 줄이기 위한 해법은 무조건적인 조림 중단이 아니다. 1970년대 이후 한국의 대규모 조림 사업은 생물다양성을 증진하는 등 다양한 이점을 가져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