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보스턴대 연구진, 재생에너지와 소규모 ‘모듈식’원전비용 분석결과 발표
풍력, 태양광 같은 저탄소 에너지원은 기후 및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막대한 이점을 제공할 뿐 아니라, 건설 위험과 공사가 지연될 가능성을 줄이는 ‘재정적’ 이점까지 제공한다
최근 연구에서 1936~2024년 사이 원자력발전소(핵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는 평균적으로 비용이 계획보다 두 배가 더 들고 공사 기간도 3년 가까이 늘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소, 송전망 등 전세계 에너지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들은 대체로 계획보다 건설 비용과 공사 기간을 초과(overrun)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가장 심한 것은 원자력발전소(핵발전소)로, 건설 비용은 두 배가 더 들고 공사 기간은 3년 가까이 늘어졌다.
미국 보스턴대 글로벌지속가능성연구소(IGS)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에너지연구와 사회과학’에 ‘규모의 경제를 넘어: 전세계 에너지인프라 프로젝트의 건설 비용 초과 위험과 납기 지연으로부터 얻는 교훈’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산업 발전, 최근엔 기후위기 대응 등을 위해 각종 에너지인프라를 짓겠다는 계획들이 쏟아지지만, 어떤 계획들은 계획보다 더 큰 비용과 기간을 잡아먹는다.
논문은 1936~2024년 전세계 83개국에서 진행된 에너지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662건의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지열, 바이오에너지, 화력, 원자력, 수력, 풍력, 태양광, 고전압송전선, 수소, 탄소포집저장 등 10가지로 분류해 분석했다.
평균적으로, 전체 662건 프로젝트들에 예상보다 40% 더 높은 건설 비용이 들어갔고 공사 기간도 계획보다 2년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초과를 경험한 프로젝트는 전체의 5분의 3가량이었으며, 특히 용량이 1561㎿를 초과하는 대형 프로젝트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가장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원전이었다. 원전 프로젝트 215건을 건설하는 데에는 평균 15억6천만달러가 더 들어가, 비용 초과율은 102.5%에 달했다. 애초 계획보다 갑절의 비용을 더 들여야 했던 것이다. 원전 프로젝트 204건은 공사 기간도 64% 더 늘어나, 평균적으로 애초 계획보다 35달 더 걸렸다.
다른 프로젝트들을 보면, 평균 비용 초과율은 수력발전(108건) 36.7%, 화력발전(57건) 9.7%, 풍력발전(80건) 5.2%, 지열발전(9건) 20.7%, 바이오에너지(9건) 10.7%, 수소발전(12건) 6.4%, 탄소포집·저장(4건) 14.9% 등으로 나타났다.
애초 계획보다 비용이 초과하지 않은 프로젝트는 태양광발전(64건)과 송전망(104건)뿐으로, 평균 비용 초과율은 각각 -2.2%, -3.6%였다. 원자력, 화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비용 초과율이 더 높았지만, 태양광은 감소했다. 공사 기간이 애초 계획보다 늘어난 정도는 지열발전(58.8%), 수력발전(41.8%), 탄소포집·저장(36.8%), 송전망(36%), 화력발전(26.6%), 풍력발전(22.8%), 태양광발전(11.2%), 수소발전(8.3%)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수소발전, 탄소포집·저장 등 비교적 새로운 기술들은 모두 상당한 비용·시간 초과 경향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1976년 이후 비용 초과 증가율이 감소하는 추세는 긍정적”이라고 연구진은 짚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인프라 구축에 100조달러 이상이 투자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이중 엄청난 비용 증가와 일정 지연을 요구하는 프로젝트에 대해선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취지다.
논문의 제1저자이자 글로벌지속가능성연구소의 소장을 맡고 있는 지구환경과학자 벤자민 소바쿨은 “풍력, 태양광 같은 저탄소 에너지원은 기후 및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막대한 이점을 제공할 뿐 아니라, 건설 위험과 공사가 지연될 가능성을 줄이는 ‘재정적’ 이점까지 제공한다”고 밝혔다.
제2저자인 하니 류 연구원은 “대규모 에너지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접근 방식을 재고해야 하며, 소규모 ‘모듈식’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환경적 이점을 가져올 뿐 아니라 재정적 위험을 줄이고 예산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