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4-18(금)
 

갯벌을 복원하겠다는 해양환경공단이 오히려 갯벌을 흙으로 메꾸고 바닷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방조제를 설치했다.

경기 화성시 매향리에 위치한 갯벌에 식물을 심고 방조제를 설치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환경공단이 사업 주체로, 자동차 기업 기아와 함께 추진한다. 공사비는 입찰공고 기준 24억 원이며 총 사업비는 40억 원으로 알려졌다.

 

기아 블루카본 협력사업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해양환경공단은 갯벌 바닥에 울타리를 만들고, 흙을 부은 다음 칠면초 씨앗을 심는다. 20253월 초 현재 칠면초 씨앗을 심는 단계다. 칠면초는 주로 갯벌의 건조한 부분에 사는 붉은 색 식물로, 소금기가 있는 흙에서 자란다. 해양환경공단은 앞서 해당 구역에 칠면초를 심은 적이 있으나 바닷물이 많이 유입돼 제대로 자라지 않았다. 이번에는 자연석 재질의 방조제까지 설치해 바닷물이 덜 유입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공사 전, 이 지역은 멀쩡한 갯벌이었다. 매년 도요와 물떼새가 찾아와 먹이 원과 쉬는 장소로 활용하던 곳이다. 아직 봄이 되지 않은 3월 초 기준이지만, 현재 도요와 물떼새가 칠면초를 심는 구간 바깥에서 무리지어 있었다.

도요와 물떼새는 갯벌 흙에 부리를 넣어 작은 곤충, 갑각류 등을 먹는다. 해수면이 낮아진 간조 때는 면적이 넓어진 갯벌에서 새들이 먹이 활동을 하고, 해수면이 높아지는 만조 때는 끝 부분에서 휴식을 취한다. 칠면초를 심는 매향리의 해당 구역은 겨울과 봄철 새들이 쉬는 공간이다.

 

앞으로 칠면초가 잘 자라면 도요와 물떼새가 이곳을 이용하기 어려워진다. 한국에서 조류를 연구하는 새와 생명의 터 나일 무어스 대표는 화성호 인근을 국제적으로 중요한 조류 서식지로 본다.

그는 지난달 28일 화성시민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매향리 갯벌 블루카본 사업에 대해 거의 모든 도요·물떼새는 만조 시 하늘을 볼 수 있는 개방적인 시야가 필요해, 밀집된 식생이 있는 지역을 기피한다현재 건설 중인 방조제와 식생매트 구조물은 조류 휴식지에 사각지대를 다수 생성할 것이며, 그 결과 이 지역을 더 이상 휴식지로 이용할 수 없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더욱이 해양수산부는 20217월 해당 구역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곳에서는 건축물이나 인공구조물 신축과 증축을 할 수 없고, 습지 수위 및 수량량 증감을 유발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인위적으로 동식물을 들여오는 것도 불가능하다. 방조제를 설치해 갯벌로 유입되는 바닷물을 줄여 칠면초를 자라게 한다는 계획은 스스로 규제한 세 가지 금지 항목과 배치된다.

 

매향리 갯벌 입구에 해양수산부가 습지보호구역임을 알리기 위해 설치한 표지판을 보면 국제적 철새 희귀종 및 다양한 바닷새의 서식지와 경유지로서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지역이라고 설명한다. 한국 서해 갯벌에 자주 찾아오는 철새는 매향리 갯벌 이외에도 해안 공사로 인해 살 곳이 줄고 있는 실정이다.

 

왜 멀쩡한 갯벌에 공사를 벌이는 걸까. 해양수산부는 지금의 갯벌을 염습지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갯벌은 바닷가 근처에서 썰물과 밀물에 따라 바닷물이 드나들고, 썰물 때 바닥이 드러나는 지형을 의미한다. 더 자세하게 분류하면 갯벌 중에서도 식물이 자라지 않는 곳은 비식생갯벌, 바닷물이 덜 들어와 건조한 탓에 식물이 자라는 곳을 염습지라고 한다. 기아 블루카본 사업은 24억 원을 들여 비식생갯벌을 염습지로 바꾸는 것이다.

 

비식생갯벌을 염습지로 전환하면 수치로는 반영되지만, 실제로는 절반의 효과만 가진다. 해양수산부가 발간한 연구 보고서 국내 블루카본 정보 시스템 구축 및 평가관리 기술 개발에 따르면 비식생갯벌은 1당 연간 약 198t, 염습지는 약 334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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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환경공단, ‘기아 블루카본 협력사업’은 사실상 습지보호구역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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