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4-18(금)
 

 

독일작가 한스 카로사는 인생은 만남의 연속이다. 만남이 없는 건 죽음뿐

이라했습니다. 운명적 요소가 다분한 만남은 축복이기도 하지만 비극의

출발도 됩니다. 만남은 내구성이 길지 못한 흠이 있어서죠.

그래서 만남은 이별을 잉태한다는 슬픈 가설을 낳습니다.

 

아이에게 그토록 조르던 장난감을 사줘 보세요. 잠을 잘 때도 끼고 잘 만큼

아끼는 것 같지만 실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곧 한 구석에 버려놓고 흥을

잃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 번뿐인 생애에서 우리가 찾는 행복은

무엇일까요. 그것이 무엇이든 막상 얻고 나면 세월과 함께 시들해지는

경우를 경험합니다.

 

세상에 영원한 만족을 주는 건 없습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 것을 갈망하고,

어제의 새 것을 오늘의 헌 것으로 버리며 삽니다. 지구력이 세다는 남녀의

사랑도 그래요. 지순지고로 연모한 사랑이 어느새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로

돌아서는 건 숱한 노래 가사로도 확인됩니다.

 

그래서일까요? 벼락처럼 나타난 순애보 사랑, 짧고도 긴사랑, 부귀와 명예도

다 버리는 사랑 이야기는 물씬한 감동을 전합니다. 이 세상에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러브 스토리들이 있습니다. 절묘한 선택을 한 세기의 커플들 사랑

이야기가 이에 해당하겠지요.

 

세기의 톱스타 리즈 테일러와 리처드 버튼은 두 번의 결혼, 두 번의 이혼을

합니다. 테일러는 이혼하면서 사유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우리의 별거가

다시 우리를 결합시켜 줄 것으로 믿는다.”고 했지요.

 

남편과 아내를 버려 불륜커플이란 곱지 않은 시선 속에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 버튼은 테일러에게 33캐럿짜리 다이아 반지를 선물해 온 세계

여성의 가슴을 달뜨게 했지요. 하지만 알코올중독에 빠진 버튼 때문에

9년 만에 파경을 맞고, 이후 식지 않은 사랑으로 재결합을 하지만 반년도

못가 다시 헤어집니다. ‘7명의 남편과 8번의 결혼이력을 남긴 테일러는

가장 사랑한 남자로 버튼을 꼽고, 죽으면 그의 고향에 뿌려달라는 유언도

남겼지요. 그녀는 배우자만 여덟 번의 선택을 한 셈이지요.

 

현대판 신데렐라, 다이애나와 찰스 왕세자의 사랑도 그렇습니다. 이들의

결혼은 전 세계의 이목을 모은 세기의 결혼식이란 기록을 남겼지요.

찰스는 원래 다이애나의 언니와 교제하다가 실제 반려자로는 청순한

이미지의 동생을 선택했습니다.

 

두 아들을 낳으며 영국민의 총애를 받은 다이애나였지만, 찰스의 계속되는

여자문제로 괴로워하다가 한순간 신데렐라에서 비련의 여인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그리고 중동의 한 왕자와 자동차로 이동 중 파파라치의 추적을

따돌리려다가 전복사고를 내고 비운의 삶을 마감합니다.

 

사람들은 나를 마린 먼로와 비교하지만 그녀와 비교되고 싶진 않아요.

그녀의 죽음이 빨라서가 아니라 사랑을 못 이루고 죽었기 때문이죠. 난 사랑을

이루고 싶어요.” 다이애나의 간절했던 소망은 잘못된 만남과 선택으로

슬프게 막을 내립니다.

 

천사 같은 여자, 능력 있는 남자, 모두가 넋을 놓을 그런 만남을 부러워

하지 마세요. 그 선택이 탁월하지도 최고인 것도 아니니까요. 좀 부족해도

내 옆구리를 한 결 같이 지키고 있는 남자, 살뜰하게 가족을 잘 돌보는

내 옆의 여자가 더 탁월한 선택입니다.

 

그런 생각으로 내 옆 사람을 바라보고 한 번 빙그레 웃어보면 어떨까요?

당신 왜 웃어요? 얼굴에 뭐 묻었어요?” “아니, 그냥 예뻐서

사람 싱겁긴!” 핀잔하면 한 번 더 웃어보이세요. 치즈라고 말하면서...

저물어가는 2019년의 끝말로 사랑이란 말을 선택해 보세요.

 

( 글 소설가 이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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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선택, 최고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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