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4-04(금)
 

우리사회에 점점 꿈을 잃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젊은이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더합니다. 꿈이 메마른 사회는 가뭄 날의

풀밭같이 까칠해져 온기가 없고 스칠 때마다 소리가 납니다.

 

사람들이 자기자리를 진득하게 찾으려 하지 않아요. 파르르 끓는 냄비처럼

금세 싫증을 내고 다른 사람의 동향에 민감합니다. 찰나적인 것을 좇아가고

순간에 많은 이익을 낸 사람을 승자로 부러워합니다. 임시변통에 능하면

아예 재주꾼으로 묘사되기도 하지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아이작 싱어의 소설 바보들의 천국은 이렇게 전개

됩니다. 주인공 아첼은 부자 상인의 외아들입니다. 너무 게을러서 공부도,

일도, 만사를 귀찮게 생각할 뿐입니다. 훗날,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야

한다는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 지끈 아파온데요.

 

그러던 중 유모로부터 천국에는 일할 필요가 없고 매일 놀고먹을 수 있다는

말에 혹합니다. “그래 이렇게 살 바엔 죽어 천국에나 가야지.” 그는 천국에

가려는 욕망으로 죽기를 바라며 꼼짝 않고 침대에만 누워있자 아첼 부모는

고민 끝에 여러 사람들과 상의를 합니다.

 

어느 날, 눈을 뜨니 딴 세상이 열렸습니다. 아첼은 화려한 방에 누워있었고

날개가 달린 천사들이 찾아옵니다. “천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천국?

여기가요?” 아첼은 날듯이 기뻐합니다. 하루 종일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잔소리하는 사람이 없고, 잘 때가 되면 천사들이 포근한 침대에 눕혀

줍니다. 식사시간엔 온갖 산해진미를 담은 금 접시, 금 쟁반이 들어옵니다.

 

그렇게 꿈같은 시간이 며칠 지나자 아첼은 갓 구은 빵과 버터, 커피가 먹고

싶어 천사에게 주문합니다. 그랬더니 천국에는 그런 음식이 없다고 하네요.

실망한 아첼은 지금 몇 시나 되었어요?” 하고 물으니 저런 천국엔 시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라는 말로 돌아옵니다. “그럼 난 이제부터 무얼 하나요?”

천사가 말합니다. “천국에서 할 일이란 없어요.”

 

아첼은 맛난 산해진미를 먹어도 잠자는 일밖에 할 일이 없음을 알게 됩니다.

처음으로 뭔가 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그러나 천사의 말은 똑

같지요. “천국에서 할일이 없어요.”라고.

 

아첼은 가짜 천국에서 한 주를 보내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화난

소리로 크게 외칩니다. “이렇게는 못 살아! 차라리 죽는 게 백번 낫겠어!”

하지만 왕 실망! 천사는 천국에는 죽음조차 없다는 걸 알려줍니다.

 

8일째 되는 날, 그의 부모는 아들을 데리고 지상으로 오지요. 이로부터

아첼은 열심히 일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합니다.

 

싱어 특유의 우화적이면서도 단순한 이야기지만 사람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증합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곳, 아무 할 일도, 희망도 없는 곳,

그런 곳이 진정한 천국은 아닐 테니까요.

 

삶에 조급증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멀리 볼 줄을 모릅니다.

그러면 산 너머에 도도히 흐르는 강을 바라보는 시력을 잃게 됩니다. 눈에

꿈이 담기지 않으면 산 너머가 보이지 않습니다. 우직하게 내 일을 찾고

꾸준히 노력하는 곳에서, 우리가 만나는 하루하루의 일상 속에서, 꿈꾸는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이 힘들어도 내 눈에 꿈을 담고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는 마음의 근력을 키우면. 그리던 천국이 다가오지 않을까요?

(글 소설가 이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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