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좋아하는 고시히카리 기온상승으로 흉작
기록적인 고온과 건조한 날씨 탓에 니가타산 쌀 중에서 저품질의 흰 미숙 쌀이 양산돼 아예 열매를 맺지 못하고 고온으로 늪지의 물이 말라 논에 물을 댈 수 없어서 말라죽은 벼도 있다.
고시히카리는 1979년 이후 일본 주식용 쌀 중에서 가장 인기가 좋고 재배면적이 가장 넓은 품종으로 군림해 왔다. 2024년산의 경우 품질검사를 받은 쌀만 100만톤이 넘어, 멥쌀 전체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하는데, 그 중에서 니가타산 고시히카리가 전국 최대인 약 23만톤을 차지했다.
벼 이삭이 나온 뒤의 기온이 쌀 품질에 큰 영향을 끼치는데, 그때 약 20일간의 평균기온이 섭씨 26~27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전분(녹말) 축적이 충분하지 못해, 희고 탁하게 보이는 저품질의 쌀알인 ‘흰 미숙 쌀(白未熟粒)’이 증가한다.
2023년 8월 니가타 현 곡창지대인 우오누마 시 평균기온이 28.8도로 통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았다. 이 기록적인 고온과 건조한 날씨 탓에 니가타산 쌀 중에서 저품질의 흰 미숙 쌀이 양산됐다. 아예 열매를 맺지 못한 벼도 있었고, 고온 속에 늪지의 물이 말라 논에 물을 댈 수 없어서 말라죽은 벼들도 있었다.
그해에 검사를 받은 그 지역 쌀은 모두 2등급 이하였다. 그 때문에 우오누마 시에서 80헥타가 넘는 벼농사를 짓는 세키타카(73)라는 사람은 전년도보다 약 1000만 엔(약 1억 원)이나 수입이 줄었다.
일본 기상청은 2023년이 통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여름이었다고 밝혔다.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그해 일본 전국 멥쌀 1등미 비율은 60.9%로 그 전해인 2022년 대비 17.7%p가 줄었다.
그때의 영향이 해를 넘겨 2024년 8월부터 시작된 쌀 품귀와 가격 폭등, 이른바 ‘레이와(나루히토 천황 연호) 쌀 소동’을 유발했다. 품질이 낮은 쌀알이 많아지면 정미(쌀 가공) 과정에서 쌀알이 부스러지는 등 팔 수 있는 쌀이 줄어드는데, 이 또한 쌀 품귀의 한 원인이 됐다. 그리하여 올해 3월에도 쌀 가격이 평소의 2배 이상으로 뛰고, 그 비싼 값에도 가게에서 쌀을 구하기도 어려운 ‘쌀 대란’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