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환경보호청, 화석연료 규제는 지난 15년간 162조원, 규제 불가피
정부가 수립하는 탄소중립·기본계획에 이를 반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여 국민이 부담하는 비용·편익 범위에 사회적 탄소비용을 포함하도록 하여 규제영향분석서에 담도록 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바이든 정부 시절인 지난해 3월 화석연료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며 언급한 설명이다. 해당 규제는 ‘석유·천연가스 부문 기후 검토를 위한 신규·개조·재건과 기존 시설의 성능기준 및 배출 지침’이란 긴 이름을 갖고 있다.
15년이란 긴 시간의 미래 상황에서 발생할 편익을 딱 떨어지는 금액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배경엔 ‘사회적 탄소비용’이란 개념이 있었다. 미 환경보호청은 이산화탄소 1톤당 비용을 190달러(약 28만원)로 추산하고 있다.
사회적 탄소비용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1톤이 추가될 때 발생하는 환경·경제·사회적 손실 등의 모든 사회적 비용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정량화하고, 이를 정부 정책과 규제에 체계적으로 반영할 수단이 된다. 사회적 탄소비용은 미국, 유럽 등 많은 나라에서 정부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기후·에너지 정책을 분석하고 입안하는 데 활용된다.
우리나라에선 정부가 사회적 탄소비용을 공식 발표한 적이 없다. 2022년 기획재정부·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 등이 공동으로 발주한 외부 연구용역에서 추산한 정도다. 당시 미국의 톤당 51달러인 사회적 탄소비용을 토대로 2020년 시장환율을 적용해 국내 사회적 탄소비용을 1톤당 5만5400원으로 추산한 것이다. 이를 2023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6억2420만톤(잠정치)에 적용하면 총 사회적 탄소비용은 34조5806억원이 된다.
최근 영남 지역 역대급 산불을 포함해 지난 1월~3월25일까지 석 달 간 우리나라에서 산불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총 배출량 234만5180톤(유럽연합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 산하 글로벌산불정보시스템)에 적용해보면, 사회적 탄소비용은 1299억원으로 계산된다.
사회 전체에 지속적으로 비용을 발생시키는 사회적 탄소비용을 정의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는 법안을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발의했다. 탄소중립기본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과 행정규제기본법 일부 개정안이다.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에선 ‘탄소의 사회적 비용’을 “1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증가했을 때 발생하는 환경오염, 건강피해 등 기후위기 가속화로 인한 피해를 화폐단위로 추정한 값”으로 정의하고, 정부가 수립하는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 이를 반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에선 정부가 규제를 신설·강화할 때 작성하는 규제영향분석서에서 국민이 부담하는 비용·편익 범위에 사회적 탄소비용을 포함하도록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