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우리 속담에 부모 속에는 부처가 들어있고, 자식 속에는 앙칼이 들어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부모는 자식을 무한 사랑하지만, 자식은 불효할 따름이라는 뜻이죠. 부모는 자식이 배부르고 따뜻한가를 늘 물어도, 자식은 배곯고 추위에 떠는 부모를 마음에 두지 않는다는 옛말도 있습니다.

 

꽃들은 나무의 아픔을 모릅니다. 비바람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나무의 헌신을 갓 피어난 꽃들이 기억할리 없지요. 독일 시인 안톤 시낙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에서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여, 너의 소행이 내게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가져오게 했는가?’ 가슴의 언어를 토합니다. 자식과 부모는 천성이 그런가 봅니다.

 

우리 건설업이 중동에서 건설신화를 만들던 1970년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KDI에 연구용역을 의뢰했었지요. ‘무엇이 한국 근로자로 하여금 하루 16시간 노동 하게 하는가?’ 석유부국 사우디가 장차 석유자원이 고갈될 때를 대비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함이었죠. 그들을 궁금하게 했던 한국인의 16시간 노동을 가능케 한 것은 잘 살아보자는 희망으로 요약됩니다.

 

, 잘 있거라 부산항구야...’ 부산에서 함정을 타고 월남 전선으로 떠나던 병사들은 불안한 심정을 노래로 달랬지요. 그럼에도 그들이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가시는 월남 땅 하늘은 멀더라도 한결같은 겨레 마음 님의 뒤를 따르리라며 힘을 모아준 국민적 성원과 가족들을 위해 살아가야 한다는 염원 때문이 아닐까요?.

 

또 하나, 월남전의 한 상황입니다. 통증을 호소하며 죽어가는 부상병에게 차마 몰핀이 떨어졌다고 말할 수 없는 의무병이 대신 식염수를 놔주고는 이제 괜찮아질 거야.” 희망을 주자 사르르 잠이 들더라는 얘기는 단순한 전선의 무용담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희망은 지금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약발이니까요.

 

?고래 같은 아버지를 춤추게 하는 것들.

비록 학교 과제로 이뤄졌지만 자녀들의 편지는 고래같은 아버지들을 춤추게 했습니다. 천근으로 눌려 있던 어깨를 펴지게 해주었지요. 이런 것이 인문학의 학습효과입니다. 두 아버지가 내게 직접 전화를 주었지요. 좋은 과제를 내주어 고맙다고요. 가슴에서 포기했던 딸을 되찾은 것 같아 정말 기쁘다고도 했습니다. 학생들의 편지에서 발췌한 일부입니다.

 

아빠가 답장을 주셨네요. 편지 한 통이 아빠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드렸다니 정말 기뻐요. 그런데 아빠가 없는 친구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 친구에게는 교수님이 편지를 대신 써 주시겠다고 했어요. 세상에는 감사할 일이 너무 많은데 전 너무 허영에 들떠 있었다는 걸 느꼈어요. 지금부터는 아빠의 희망이 되는 딸이 되겠어요. 어느새 많이 늘어난 흰 머리카락이 안타까워요. 오늘도 파이팅 하세요...”

 

아버지, 못난 아들입니다. 요즘 무척 힘드시죠? 매우 피곤해 보이십니다. 그런 가운데도 못난 아들과 가족을 위해 희생하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어렸을 때 장기도 많이 두셨는데, 여의도에서 자전거도 많이 타고.... 커서는 추억거리가 아무것도 없네요. 아버지 언제 우리 둘이 산이라도 함께 타요. 막상 편지를 쓰자니 아버지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생각만 듭니다. 몰라서 죄송합니다.”

 

스물넷의 나이에 아버지에게 글을 쓰니 기분이 묘합니다. 늘 말썽만 피우고 다닌 저였잖아요. 언젠가 거리에서 시비가 커져 경찰서에 갔을 때 아버지께서 뒤치다꺼리를 하셨던 일이 기억납니다. ”젊었을 땐 이런 것도 경험이다. 어깨 펴라.“ 말하시며 제 어깨를 툭 치셨죠. 그날 밤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흘린 후 제 생활은 바뀌었습니다. 아버지는 언제나 제게 이십니다. 앞으로 좋은 아들이 되겠습니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많은 게 변했어요. 웃음이 사라졌고, 아빠란 단어가 사라졌어요. 계실 때는 아무렇지도 않던 일이 하나하나 상처가 되더군요. 지금도 좋은 걸 보면 아빠에게 선물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엄마에게 더 잘하려고 하지만 잘 안 되네요. 전 항상 아빠가 지켜보고 계시다는 생각을 하며 살게요. 아빠에게 전달 안 될 걸 알면서도 썼어요. 봉투에다는 하늘나라의 아빠에게라고 썼어요. 아빠, 정말 그립습니다....”

<소설가 이관순의 손편지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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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무엇으로 먹고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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