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1(수)
 

128일은 비틀스의 아이콘 존 레넌의 사후 40주기가 된 날입니다. 매년 이맘 때, 추모 인파로 붐볐어야 할 뉴욕 센트럴파크의 레넌 추모공원엔 코로나19 때문에 사후 가장 쓸쓸한 추모회가 되었더군요.

 

비틀스는 젊은 날 세기의 우상이었지요. 레넌이 요노요코에 빠져 밴드를 위태롭게 할 때 그녀가 참 밉상이었는데, 흐르는 세월속에서 고등어 푸른 등처럼 선명한 레넌의 진실된 사랑의 언어를 발견합니다.

 

매일 신께 감사해. 운명이 우리 두 영혼을 맺어준 것을. 내가 태어난 건 오직 요노요코 널 만나기 위해서고, 내가 어른이 된 것은 너를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서였어.”

 

만인의 사랑을 받고도 오직 한 여자만 사랑했던 남자. 두 사람의 운명은 레넌이 그녀의 그림과 만나면서 시작되었지요. 사이가 깊어지면서 레넌은 비틀스와 멀어지고 해체가 선언되자 모든 비난이 그녀를 향했습니다.

 

음악잡지 커버 사진을 찍는 날, 레넌이 말합니다. “이게 내가 이 여자를 사랑하는 방식이라며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고 그 유명한 사랑의 포즈를 취했지요. “혼자 꾸는 꿈은 단지 꿈에 지나지 않아도 함께 꾸는 꿈은현실이다.”라는 명구를 남기면서.

 

그것이 마지막임을 몰랐을까. 그날 밤 레넌은 집으로 가던 중 그의 광팬 체프만이 쏜 총에 최후를 맞지요. 그러고 40, 올해 88세의 요노요코는 난 지금도 그를 잊을 수 없단다며 두 아들에게 연서를 썼다고해요.

 

12월엔 문득 살아나는 기억들이 많아요. 젊은 시절, 매년 네 친구 가정이 함께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호두까기인형을 보고, 뮤지칼을 보던 기억이 아스라이 살아납니다.

 

당시 호두까기 인형처럼 12월 공연으로 빠지지 않던 것이 비련의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생애를 다룬 빠담 빠담 빠담입니다. 매번 피아프 역을 맡은 윤복희가 피를 토하듯 열창할 때, 뭉클하던 기억이 따스합니다.

 

거리의 노래 소녀 피아프가 파리의 유명한 카바레 사장 르프레의 눈에 띤 건 행운이었지요. 무명의 그녀에게 스타 탄생의 변주곡이 울립니다.당대 유명한 사교모임에서 펑크 난 가수를 대신하면서죠.

 

그러나 그것이 그녀 운명의 서곡일 줄은 몰랐어요. 르프레를 사랑하면서 사랑에 눈 뜨지만 남자의 돌연사로 물거품이 되고 비극은 시작됩니다. 삶의 좌절을 곱씹던 그녀는 배우 이브몽땅을 만나 구원되는 듯했어요.

 

그녀의 인생 속에 많은 부분을 차지한 바람둥이 이브몽땅은 오래 가지 않아 그녀를 떠납니다. 깊은 시름에 알콜로 위안 받던 그녀에게 마지막 구원자로 등판한 이가 세계 미들급 챔피언 복서 마르셀입니다.

 

그녀는 모든 걸 바쳐 세기의 로맨스를 불태우지만, 운명은 마르셀까지 교통사고로 앗아가죠. 기자가 묻고 답해요. “죽음이 두렵나요?” “외로움 만큼은 아니에요.” 죽음보다 무서웠던 외로움을 술과 모르핀으로 달래던피아프. 결국 47세에 비운의 삶을 마칩니다.

 

피아프 하면 동시에 떠오르는 비련의 여인이 마릴린 먼로입니다. 20세기최고의 섹스 심볼이 된 먼로는 어려서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어머니를 정신병으로 잃는 극한 환경속에 성장했어요.

 

모든 남성을 열광시키며 한 해 30개 잡지의 표지 모델이 되었던 먼로는 굶어죽지 않고자 누드사진을 찍었다고 고백합니다. 첫 결혼에 실패하고 유명 야구선수와 두 번째 결혼하지만, 오래가지 못했어요.

 

먼로는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면서 섹시한 여자로 주목 받는 동시에 골빈 여자란 소리도 함께 들었지요. “난 잠자리에서 샤넬5 이외엔 아무 것도 입지 않아요.” 이 말에는 사람들의 시선에 숨 막혀 했던 그녀의 저항적 음유가 깔렸습니다.

 

행복을 희구했던 먼로는 유명 극작가와 세 번째 결혼에 성공하나 그토록 갖고자 한 아기를 유산하고 그 충격에 다시 이혼합니다. 어딜가도 환호가 넘쳐나고 영화 출연 제의가 쏟아졌지만 모두 섹스 어필뿐이었어요.

 

극도의 신경쇠약과 무대공포증에 시달리는 먼로. 헐리우드 최고의 여배우중 한 사람으로 찬사를 받았지만 삶은 원했던 아이도, 남편도, 행복도 거머쥐지 못하고 의문사로 생을 마칩니다.

 

습도, 온도, 햇빛 같은 평범한 일상을 못 누리고 주어진 제몫의 사랑마저 탕진하고 만 사람들. 이 무슨 조화 속일까. 그 속을 모르니 운명이라고 돌릴 수밖에요. 세월과 운명은 진정 거스를 수 없는 걸까.

-글 이관순 소설가/ daumcafe/ leer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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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했지만, 탕진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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