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3(월)
 

밤바람이 선득한 주말. 저녁을 먹고 장자호수공원으로 산책을 나섰습니다.

사람들이 오가는 사이로 청아한 색소폰 연주음이 들려옵니다. 발길이 절로

이끌려 간 곳엔 한 분이 셀프 콘서트를 열고 있네요.

 

잔디밭에 앉아 연주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칩니다. 연주력이 준수한데다

가을밤의 정취까지 더해져 색소폰 선율에 젖는 아름다운 가을밤을 즐겼지요.

 

음악은 사랑을 전하는 신의 소리라고 합니다. 모든 사람을 하나로 묶어

주지요. 음악은 연주자의 기쁨도 되지만 만인의 즐거움도 됩니다. 연주가의

재능을 부럽게 바라본 영화가 있습니다. ‘어거스트 러쉬.’

음악은 사랑을 낳고 사랑은 운명을 부른다.‘는 말이 잘 어울린 영화지요.

 

밴드 싱어이자 기타리스트인 루이스와 촉망 받는 첼리스트 라일라의 보석보다

반짝였던 단 하루 밤 이후, 남자는 그녀를 한 번도 잊은 적 없고, 여자는

얼굴도 모르는 낳은 아이에 대한 그리움을 놓은 적이 없지요. 이들의 믿음

하나는 음악이 있는 한 우리는 다시 만날 거야라는 것.

 

부모의 DNA를 받은 아이는 일찍부터 놀라운 음악적 재능을 보입니다.

시설에서 자란 11세의 소년은 부모만이 자신의 음악을 알아볼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뉴욕을 찾아갑니다. 모든 게 신비한 뉴욕. 도시가 만드는 수많은 소리들이

소년의 청각에 음계로 포착됩니다.

 

소년은 아이들을 모아 거리에서 노래를 시키는 워저드를 만나 어거스트란

이름으로 거리 연주자로 등장해 천부적인 실력을 보입니다.

하루는 소리에 끌려 교회 합창단 연습장에 들렸다가 처음 보는 오선지와

오르간 앞에서 작곡하고 연주하는 놀라운 재능을 발휘합니다. 이를 지켜본

목사님이 줄리어드에 음악천재로 추천합니다.

 

줄리어드에서 사모곡 라프소디를 작곡해 주위를 놀라게 한 어거스트.

마침내 뉴욕필하모니 콘서트에 특별 출연자로 초청됩니다. 줄리어드 출신의

유명 첼리스트(엄마)와 함께.

 

하지만, 연주회를 앞두고 위기가 오죠. 워저드가 연습장에 나타나 아버지라며

친권을 주장하고 데려갑니다. 학교는 간곡히 연주회만큼은 보내달라고 부탁을

하지만 거절당하죠. 금관악기가 아이의 영혼을 뽑는다는 그릇된 인식으로...

 

다시 광장 연주에 나서는 어거스트. 부근을 지나던 루이스가 소리에 홀려

찾아오고, 금세 호흡을 맞추더니 황홀한 기타 2중주를 펼칩니다. 어거스트가

오늘 밤 있을 센트럴파크 공연을 알려주지만, 루이스는 귀에 담지 않고 용기를

잃지 말라는 말만 주고 떠납니다.

 

그날 밤, 어거스트는 친구의 도움으로 탈주에 성공해 연주장으로 달려가고,

지방공연에 나서던 루이스는 뉴욕 중심가에서 아이 얼굴이 나온 배너광고를

보지요. 전율을 느낀 그도 차를 버리고 연주회장으로 내달립니다.

 

환호 속에 첼로 연주를 끝낸 라일라가 아이를 생각하며 공원을 빠져나올 때,

줄리어드 총장이 특별초청 지휘자를 소개합니다. 무대에 등장하는 어거스트.

환호하는 청중... 놀라운 자작곡이 그의 지휘 속에 연주를 시작합니다.

 

밖을 향하던 라일라가 연주음에 끌려 뒤돌아서고, 또 반대편에서는 황홀한

눈빛의 루이스가 나타납니다. 마침내 무대 앞에 이르러 12년 만에 마주 서는

남과 여... 환희의 포옹을 할 때 지휘하는 아이의 모습이 비칩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소리들로 가득 차 있지요. 귀를 기울인 만큼 들리기도 하고

지나치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들리는 세상의 소리를 옮겨 작곡하고 연주하는 음악천재가 말하죠.

아이들이 동화를 믿듯 저는 음악을 믿어요. 부모님이 살아계신다면 제 음악을

꼭 듣게 될 거야요.”

어거스트의 간절한 믿음처럼 나는 어떤 믿음을 확신하며 살고 있나요?

글 이관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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