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6(금)
 

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6천만 명을 향합니다. 중국 우환에서 첫

확진자가 보고된 후 1000만 명에 이른 기간이 6개월인데, 2천만 명

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43, 그리고 석 달 만에 5000만명을 넘습니다.

우리나라도 확산세가 가팔라 연말 모임을 다 망치게 되었죠.

 

 

휴대폰에 문자 메시지가 뜰 때마다 사람들은 그래서 어쩌자고한숨과

푸념을 앞세웁니다. 언택트 규제가 격상되면서 3월과 비슷한 상황이

다시 오는 것 같아, 사는 걱정에 울음을 참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걱정이 커지면 꿈도 많아져요. 심하면 악몽에 시달리고 외로움, 두려움을

느낍니다. 올해 내내 계속된 비대면 생활에 익숙한 것처럼 보이나, 실은

속앓이를 한 거죠. 까닭 없이 얼굴이 붉어지고 벌컥 화가 치밉니다.

 

외로움을 방치하면 질병이 되죠. 혼자인 것이 두려운 겁니다. 심리학자

카를융은 외로움은 주위에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중요한 문제를 두고

누군가와 소통할 수 없을 때 생긴다라고 진단합니다.

 

한 번 혼자인 게 두려웠던 경험을 한 사람은 작은 상황에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자신이 혼자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런저런 문제가 생겨난

것을 기억하니까요.

 

200111월 시카고 공항에서의 일이죠. 출장을 마치고 동료와 헤어져

딸이 사는 테네시 레시빌로 가기 위해 터미널을 찾아 갈 때입니다. 때는

‘9.11테러가 난지 두 달 밖에 안 된 터라, 공포가 느껴질 정도로 경비가

삼엄했습니다.

 

무장 군인들이 곳곳에 배치돼 행장이 수상쩍은 사람은 가차 없이 검색을

하고, 보안검색대는 통과까지 가히 수용소 입감 수준입니다. 신발을 벗어

들어 보이고, 검색요원은 가방을 까발려 내용물을 하나씩 흔들어 댑니다.

 

여성의 속옷을 들고 흔들어도 입도 벙긋 못할 분위기였죠. 검색이 끝난

사람은 헝클어진 가방을 다시 정리하느라 북적이고, 밖으로는 검색을

기다리는 대기 줄이 공항 밖으로 한없이 늘어서 있습니다.

 

그나마 출발 5시간 앞에 나온 게 다행입니다. 한바탕 소동을 치르고

출발 15분 전에야 가까스로 탑승지역까지 왔지요. 어수선하긴 여기도

마찬가지지만, 이젠 게이트 스크린에서 번호만 확인하면 됩니다.

 

그런데 어쩔거나. 스크린에 탑승할 게이트 번호가 안 뜨는 거 있죠.

마음이 급해집니다. 스크린 보다 시계보고, 주변을 돌아봐도 말 붙일

사람이 없어요. 다들 시간에 쫓겨 뛰는 사람들뿐입니다.

 

뭔가 잘못됐구나! 긴장감에 불을 붙이는데 한 여자가 말을 걸어왔어요.

내게 티켓을 보이며 게이트 번호가 안 보인다고 슬픈 표정을 짓고서.

티켓을 보는 순간 이렇게 반가울 수가! 행선지가 같은 레시빌입니다.

 

동행인이 생기면서 이상한 것은 혼란했던 마음이 진정되는 거였어요.

그녀도 그렇다고 합니다. 우리는 차분하게 쌍 라이트를 켜고 스크린을

다시 보는데, 우리가 찾는 번호가 한눈에 들어오는 거 있죠.

그것도 아주 선명하게.

 

비행기가 이륙하고 안정을 찾자 궁금증이 생깁니다. 왜 혼자였을 때는

보이지 않았을까? 지연 방송도 했다는데 내겐 왜 안 들렸을까?

그러면서 모아지는 생각은 내가 혼자였다는 것입니다.

 

살면서 겪는 문제 중에는 혼자라고 생각할 때 의외로 많은 일과

맞닥뜨립니다. 어릴 때 경험이 그런 거였어요. 부모님이 안 계시면 평소

없던 상황과 마주치게 되고, 갑자기 혼자라는 생각이 들면서 심리적

두려움을 느끼게 합니다.

 

소통은 생명과 산소처럼 인간에겐 필수요소입니다. 성경에도 홑겹은 쉬

끊어지나 겹줄은 견줄만하고 세 겹줄은 끊어지지 않는다.’고 했어요.

데레사 수녀도 인생에서 최고의 가난은 외로움이라고 알렸습니다.

 

소통의 중요성이 커지는 시대인데, 현실은 이를 가로막아요. 혼자라는

망상에 사로잡히면 삶을 힘들게 합니다. 그렇다고 탓만 할 수 없는 것이,

코로나 시대를 살려면 좋든 싫든 혼자 사는 능력을 키워야 하니까요.

 

혼자일 때 온전히 혼자인 나와 시간을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나하고 잘

노는 것이 능력인 시대가 온 것입니다. 혼자서 잘 놀고 잘 먹고, 즐기기.

언제라야 이 야속한 세상이 끝날지, 몸보다 마음이 더 추운 긴겨울의

시작입니다.

-글 이관순 소설가/daumcafe/ leele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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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 노는 것도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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