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9(목)
 

해외에서는 자서전이 퓰리처상 시상분야로 자리 잡을 만큼 독자의

폭넓은 사랑을 받는 분야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자서전, 회고록,

평전 등이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목적이 뻔한 이야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입니다. 대부분 자신의

성공담 나열에 그쳐 문학적 가치는 둘째 치고, 저자의 솔직한 고백이나

인간적인 고뇌 같은 것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일본 경영의 신()’으로 존경받는 기업인은 교세라 그룹 창업자인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입니다. 27세에 창업해 90년대 버블

붕괴 후의 장기 복합 불황을 견뎌내며 첨단 전자부품 제조업체로 우뚝

세계 100대기업에 명패를 올린 입지전적 인물입니다.

 

또한 24조원의 부채를 안고 파산 직전에 몰린 일본항공의 경영자로

구원 등판해 2년 만에 흑자 전환시켜 마쓰시타의 고노스케,

혼다의 소이치로와 함께 일본 3대 기업가로 추앙을 받습니다.


도덕경영
, 정도경영의 원조이며, 일본 벤처기업의 선구자로도 잘 알려져

있지요. 이나모리 경영철학을 전수하기 위해 설립한 경영 아카데미가

유명한 세이와 주쿠(盛和塾)’입니다. 한국 등 세계 55개국에 설치될만큼

명성을 높였지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마윈 알리바바 회장 등이 이곳 출신입니다.

설명이 길어진 데는 이나모리 회장만의 독특한 경영철학 때문입니다.

아베마 경영을 창안하고, 불가의 도()를 접목시킨 카르마 경영

주창하며 기업 경영을 새로운 인식과 철학적 논리로 접근했습니다.

 

그의 자서전을 보면 이나모리 사전에는 불가능이나 한계가

없어 보입니다. 그가 손대는 사업마다 불가능해 보인 일들이 척척

이루어지고, 그 과정에서 겪는 실패까지 장래 성공을 위한

밑거름으로 쓰이니까요.

 

이나모리 회장이 기업 성장을 위해 도입한 아메바 경영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그가 성장기업이 직면하는 문제로 비대해진 조직의

경직성과 유연성의 둔화를 지적했습니다.

 

조직이 일정 규모 이상 커지면 일체감을 지속시켜 나가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죠.

창업 시의 열정과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회사를 군별로분리,

독립된 중소기업처럼 운영하는 아메바 조직을 창안합니다.

 

세포 분열로 자신을 복제해 나가는 아메바에서 새 기법을 찾은 게지요.

아메바 경영의 핵심은 복제 능력입니다. 분열만으로 자기를 복제하는

단세포 아메바처럼 제3의 교세라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는 또 경영의 새 기법으로 카르마 경영을 주창해 주목을 받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말년에 집착한 것도 불가의 말인 카르마(karma·)’

였어요. 입과 몸, 뜻으로 짓는 모든 선악의 소행을 뜻합니다.

 

카르마 경영의 핵심은 인생은 마음에 그리는 대로 이뤄지고 강렬하게

생각하는 것이 현실로 나타난다는 믿음에 서 있습니다. 삶의 이치를

깊은 명상을 통해 경영 신념으로 다졌지요.

 

이나모리 명예회장은 지극히 불확실한 시대를 헤쳐 나가는 방법을

여기서 찾았어요.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근본적인 물음에 마주 서야 하고, 확고한 인생 지침을 갖는 것입니다.


이 근본적인 물음을 통해 어떻게 살 것인가
? 삶의 방식을 자문했죠.

그가 구한 인생의 목적은 선한 마음을 쌓는 것, 영혼을 맑게 닦아

나가는 것입니다.

 

이나모리 회장이 책을 낼 때마다 화두로 들고 나오는 것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태어나 단 한 번뿐인 귀한 삶을 사는데, 지금 나는 정말로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 늘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기업 경영도 삶을 수행하는 과정으로 살폈어요. 일이란 자신을 수련해

나가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삼은 것입니다. 그러한 관점에서는 돈만

보고 일하는 건 어리석고 불행한 일일 수밖에요.


그 역시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서였더라면
60년 동안 일에 몰입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올해 89세인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201936년간 봉사해온 세이와 주쿠를 해산하면서 뚜렷한 소신을

밝히기도 했지요.

 

세이와주쿠는 1대에서 끝내는 게 좋겠다. 내 경영철학을 누군가가

대신해 해석한다면 그것은 이미 이나모리 철학이 아니다.”

평생 한 가지 일에 전념하고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 감동을 느낍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단추 구멍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인생을 사는 일이든 기업 경영의 일이든 가치는

같은데 사는 방법이 다를 뿐입니다.


무엇을 위해 사나
, 어떻게 살고 있나,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일 말입니다.

독특한 경영철학을 쌓은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이 보는 삶의 평범과

비범의 차이는 바로 이 지점에서 갈리는 게 아닐지···.

-소설가/daumcafe 이관순의 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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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karma)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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