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9(목)
 

만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 (知足不辱 知止不殆)

젊어서 선배들로부터 많이 듣던 말입니다. 세월이 흐른 지금은 너나 없이 입에 올리는 말이 품위(品位)’입니다. 어떻게 하면 노년을 품위 있게 살며, 품위 있게 늙어갈 건가. 삶의 화두가 되었지요.

 

품위란 한자는 입구() 세 개가 모인 물건 품()’과 인() 옆에 설 립()을 더한 자리 위()’를 써요. 노년의 품위를 말할 때 나는 두 개의 원칙을 세워놓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말을 때와 장소에 맞게 하는 것이고, 둘째는 스스로를 살펴 겸손하게 처신하는 것입니다. 아는 척하거나 말 길게 하지 않기, 다른 사람 말할 때 끼어들지 않기, 늘 나를 돌아보며 살펴 살기.하지만 나를 돌아보고 살기가 쉽지 않은 건 사람은 자신에게 관대한성향이 있어섭니다. 남에겐 관대하면서 자신에겐 엄격하기란 쉽지 않아요. 올해를 시작하며 성찰자성을 꼽은 건 그래서 입니다.

 

바쁨 속에도 짬을 내어 나를 돌아보지 않으면 영영 나 자신을 잃고 말 것이란 두려움이 가슴 한 구석에 늘 자리 잡고 있어요. 생각 없이 살고 주어지는 대로 산다는 게 너무 덧없어 보여섭니다.

 

아침에 명상을 하고, 낮엔 글을 쓰고, 밤에는 일기를 쓰면서, 나를 돌아보는 기회를 많이 가지려고 합니다. 때로는 간밤에 꾼 꿈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를 돌아보는 기회일 수 있겠다 생각하죠.

 

한 여름 태양 같은 에너지는 기를 숙였어도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처럼 온기를 주는 사람이 되고픈 바람입니다. 예전처럼 사람들이 내 말에 귀를 쫑긋 세우지 않아도, 중심에서 멀어지면 멀어진 대로 받아 들이며 살아요.

 

우선은 중심에서 잘 빠져나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쨍쨍한 여름날이 다 가고 서늘한 가을인데, 비키니 입고 들레면 어찌 될까? 내 선 자리를 인지하고 다가올 겨울을 바라봐야 내게 보다 진지해질 수 있습니다.

 

퇴직한 지 수삼 년이 지났는데도, 외부와 선을 대는 일에 집착하거나, 그것을 복원하려고 아등바등하다 보면 내 삶은 위축되고 노년의 건강을 해치는 스트레스만 쌓입니다. 몸에 익은 것들과의 작별도 익숙해야 해요.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 실천 하는 것이 품격까지는 아니더라도, 외부의 충동이나 유혹에 휘둘리지 않고 내 나름의 고요한 삶을 즐길 수 있는 수단입니다.

 

남김없이 다 쓰고 간다. 재물, 재능, 열정, 사랑도 몽땅!’ 지인이 마음 벽에 쓴 비문이랍니다. 젊어선 쉬지 않고 일에 매달렸는데,이젠 꿀벌처럼 나를 위해 부지런히 살겠답니다. 그분 결기가 부럽기도 한 건 ž告楮? 그러지 못하는 내 마음을 대신해서가 아닐까 해요.

 

흔하게 받는 카톡 내용이 대부분 병 걸리지 말고, 잘 늙고, 장수하자는 것들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세상의 좋은 말로 차고 넘칩니다. 그럼에도 도움이 안 되는 건 아직 생각과 행동이 겉돌기 때문입니다.

 

미나미 가즈코가 쓴 늙지 마라 나의 일상도 어떻게 하면 노년을 품위를 지키면서 살까로 가득 찼어요. 혼자 사는 70대 여성 눈으로 많은 관찰과 체험, 생각을 채집해 정리한 노년용 실용서로 일독을 할만합니다.

 

*.. 오늘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일을 내일에는 못하게 될지 모른다. 그런 상황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 일종의 각오다. 각오가 돼 있기에 난 매일 반복되는 사소한 일상을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 하루에도 옷을 여러 번 갈아입는다. 내 힘으로 옷을 벗고 입을 수 있는 날이 오래오래 지속되길 기도하며. 옷을 갈아입는 행동이 단순한 행동이라 해도 내겐 육체적 정신적 리허빌리테이션이다.

 

*.. 자세를 바르게 하는 것이야 말로 내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 청소하기, 집안일 찾아 하기는 내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운동이다.

*.. 심신이 약해진 고령자에게 잠깐의 통화는 쓸쓸함을 달랠 좋은 친구다.

*매일 일기를 쓴다. 일기를 쓰면 노화 예방에 효과가 있을 것 같아서다.

*약속은 삶의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친구든 친지든 사람을 만날 때 만큼은 설렘으로 준비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 삶의 마지막은 나 혼자다. 젊든 늙든 반려자를 상실한 슬픔을 쉽게 극복되리라 생각하는 건 잘못이다. 수십 년이 지나도 그 애틋한 마음은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저 심각하게 생각지 않으려고 할 뿐.

 

노년에게 건강이란 무엇일까.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생활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겠죠. 건강이 나빠지면 따라 마음도 약해집니다. 우울해질 땐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는 상황을 적극 만들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나이를 먹은 후 빼먹지 말아야 할 인사예요.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나 나와 마주치는 모든 사람에게 감사의 말을 건네는 것이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는 일이랍니다. 말할 때는 꼭 웃으면서, 고마워요. 감사해요.미소는 마음의 자물쇠를 여는 열쇠와 같습니다.

-소설가/daumcafe 이관순의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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