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9(목)
 

전 세계적으로 개발된 화학물질은 1,200만종을 넘으며 그 중 유통되고 있는 화학물질 수는 10만여 종이나 된다. 매년 2천여 종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개발되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4만 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유통되고 있으며 매년 400여 종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국내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화학산업은 제조업 생산액의 14%, 고용의 9%를 차지하고 있고, 에틸렌 생산량 규모가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화학물질관리는 소홀히 취급하여 왔다.

 

1963년, ‘독물 및 극물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급성독성이 강한 화학물질을 규제하기 시작하였고 1986년, 환경보전법에 합성화학물질관리에 관한 조항을 신설, 합성화학물질을 제조 또는 수입하고자 하는 자는 이를 신고하도록 하였다.

 

1990년,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이 제정되어 화학물질 유해성 심사제도가 도입되고 실질적인 안전관리제도를 채택하게 되었다. 특히 1996년, OECD에 가입하면서 OECD의 화학물질관리규정을 수용하여 우수실험실(GLP)제도, 화학물질 유통량 및 배출량 조사, 화학물질 정보관리 등이 도입되었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국내에서 새로이 제조하거나 수입되는 화학물질은 사전에 환경부장관의 유해성 심사를 받지 않으면 제조하거나 수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런 유해성 심사를 위하여 1991년에 화학물질 심사단을 설치 운영하였다.

 

1996년, OECD가입에 따라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을 전면 개정하였다. 다른 법에서 규정하는 화학물질일지라도 그 법에서 운반, 보관, 저장에 따른 화학물질 안전관리규정이 없을 경우에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적용하도록 하였다.

 

한편 화학물질 취급과정에서 배출되는 화학물질량을 조사하도록 하고 화학물질 제조, 수입, 사용을 금지하는 ‘금지물질’과 일부 용도에 한하여 제조, 수입, 사용 등을 허용하는 ‘취급제한 유독물’ 지정제도를 도입하였다.

 

취급제한 물질을 제조, 수입, 사용하고자 할 때는 허가를 받도록 하였다. 유독물 영업자는 유독물 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자체 방제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사고 위험이 큰 업소에서는 화학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누출될 수 있는 화학물질의 종류와 위해성, 대피요령 등에 관한 사항을 인근 주민들에게 알리도록 하고 있다.

 

2000년, ‘유해화학물질관리 종합대책(2001~2005)’을 발표하여 국토오염 실태조사, 화학물질 정보센터를 통한 정보제공과 교류 활성화, 국제사회가 추진하는 유해화학물질 관리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등을 실행하게 되었다.

 

2007년,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관리법’을 제정하여 다이옥신, 알드린 등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의 위해로부터 국민건강과 환경을 보호하고자 POPs 생산, 사용, 배출을 규제하게 되었다. 이는 2004년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에 관한 스톡홀름 협약’ 가입에 따른 조치였다.

 

국내의 화학물질관련법규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산업안전보건보법,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소방법(위험물관리법), 농약관리법, 약사법, 총포?도검 화약류 등 단속법, 비료관리법, 선박안전법, 항정신성 의약법, 마약법, 원자력법 및 항공법, 식품위생법, 수도법, 먹는 물 관리법, 해양오염방지법, 대기환경보전법, 수질환경보전법, 폐기물관리법, 사료관리법, 철도운송법’ 등 일일이 나열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다.

 

이의 주관 부처도 환경부, 산자부, 행안부, 노동부, 과학기술부, 해수부, 보건복지부, 농림부 등으로 되어 있다. 특히 일부 단일 화학물은 3개 법규 이상에 의해 인가나 허가를 얻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다양하고 복잡한 규제에 의해서 관리되고 있는 화학물질은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종합관리시스템 구축이 요구되고 있다.

 

환경부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관리법, 폐기물 관리법 등에 의하여 화학물질의 제조, 유통, 폐기단계의 전 생애관리를 수행하고 있다.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하여 작업장에서 근로자의 건강에 유해한 화학물질을 작업환경에 유해인자로 관리하고 있다.

 

산업부는 ‘품질경영 및 공산품 안전관리법’에 따라 유해화학물질 또는 내분비계 장애물질이 함유된 공산품의 생산, 유통을 제한하고 필요시 수거하여 파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다. 또한 ‘고압 가스안전관리법’에 의하여 에너지, 유류, 가스사고 또는 독성가스 유출사고로 인하여 인근지역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처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 농림부는 농약, 비료, 사료관리법에 의해서 농약, 비료, 사료를 관리하고 식품위생법에 의해서 식품첨가물을 관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약사법, 마약관리법, 화장품법에 의해서 의약, 마약, 화장품을 관리하고 있으며 위험물 관리는 행안부가 소방법, 총검 화약류단속법에 의해서 관리되고 있다. 방사성 물질은 과학기술부가 원자력법에 의해서 관리되고 있다.

 

이와 같이 독성물질의 관리가 각기 다른 부처에서 담당하고 있어 국민의 건강보호를 위한 환경보건관리를 효율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없다. 따라서 국민건강보호를 우선시할 수 있도록 총체적인 관리를 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2012년 9월 27일, 경북 구미에서 발생한 휴브글로벌 불산 유출사고는 아직도 우리들에게 많은 경고를 주고 있다. 불산 가스가 10톤 정도 유출되어 5명이 사망하였는데 주민들이 피난한지 하루 만에 돌아 왔다. 그리고 중화작업을 위해 사용되는 석회가 떨어지자 소방차로 물만 뿌려 중화작업이 아니라 희석작업을 통하여 저농도 오염지역을 더욱 넓히는 효과를 가져 왔다.


결국 하루 만에 귀가한 현지주민들은 불산 가스를 흡입하여 피가 섞인 침을 토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4,000명이 넘는 지역주민들은 두통, 구토, 피부발진 등 건강이상 증세로 병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리고 사육장내 동물들이 콧물을 흘리며 사료를 거부하는 등 이상증세를 호소하여 3,000여 마리의 가축들을 살처분 해야 했다.

 

또한 200㏊이상의 농작물 피해는 물론 차량 피해도 1,000여대가 넘는 등 2차 피해액은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었다. 주변공단의 피해액만도 총 200억 원 이상으로 집계되었다. 이런 2차 피해는 결국 정부의 적절한 초동대처 실패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이런 구미 불산 누출사고는 우리나라 환경행정시스템의 전반적인 적폐를 노출시킨 것으로 이를 개혁하지 않으면 더 이상 대형사고로부터 국민들의 안전은 보장될 수 없다는 경고를 우리들에게 주고 있다.

 

불산이란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산화제로 된 독성물질이다. 유리는 물론 금, 은을 제외한 대부분 금속의 녹을 제거하거나 반도체의 불필요한 부분을 녹이는데 사용되는 필수물질이다. 더욱이 액체 불화수소가 우리들의 피부에 접촉하거나 가스를 흡입하게 되었을 경우 자극증상이 생겨 심할 경우 출혈성 궤양이나 폐수종을 일으킨다.

 

과량 흡입 시에는 호흡부전이나 신체마비를 가져올 수 있고 폐수종과 전해질 이상을 나타내어 부정맥을 일으킬 수 있다. 조금씩 오랫동안 접촉 시엔 만성중독을 일으켜 폐 등의 간장이나 신장장애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 칼슘을 공격해 뼈를 약화시킨다.

 

이런 불화수소가 누출되면 석회수 등 칼슘화합물을 뿌려 불화칼슘으로 침전시켜 제거해야해야 한다. 그런데 사고당시 공장에는 중화제인 석회가 준비되지 않아 그냥 물을 뿌리는 엄청난 실수를 하였다.

 

불산 가스에 물이 들어가면 오히려 더욱 확산되어 더 큰 피해를 일으킨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이다. 더욱이 사고수습보다 오로지 책임을 모면하기 위하여 사건을 조작, 은폐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 정부의 기본자세는 고쳐져야 한다.

 

사고 다음날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피해현장의 대기 중 불산 농도가 1ppm이며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농도인 30ppm에 미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구미시는 주민대피를 해제했고 50미터 반경 밖의 업체는 정상 가동시켰다. 산업환경기준에 따르면, 불소는 8시간 노출 기준 시간 가중치 평균 0.5ppm으로 규정되어 있었다.

 

환경전문기관의 실수라기보다는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조작, 은폐의 고의가 있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또한 불산에 물이 들어가면 중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희석작용으로 오히려 오염지역이 확산된다는 사실은 일반적인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도 사고 수습차원에서 취한 조치가 오히려 2차 피해를 유발시켰는데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었다.

 

사실에 근거를 둔 조사 분석의 조작은 엄한 책임을 추궁해야 되는 일이다. 동년 10월 9일, 정부조사단인 환경영향조사단이 구성되어 조사를 실시한 결과가 10월 31일에 발표되었다. “공기, 토양, 수질이 모두 극히 양호하고, 생태계(곤충, 조류, 포유류 등)도 대조군에 비해서 동일 수준이었다.”라는 것이다.

 

그 후 환경운동연합과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사고현장에 인접한 산동면 봉산리에서 식물시료 25개를 채취해 불산 농도를 측정한 결과 107.6~ 9594.1ppm의 불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런 은폐조작에도 정부는 책임을 지지 않고 있으니 대형사고에 대한 기본대책 마련이 어려운 것이다.

 

화학물질관리법제39조 제3항에는 화학물질 재난시 피해가 예상되는 인근 주민들에게는 사고시 대피요령이나 사고 물질에 노출시 응급조치 요령, 방제진행상황의 홍보방법 등이 매뉴얼로 보급돼 정기적인 교육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불화수소 같은 독극물에 대한 교육이나 매뉴얼은 지금까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2010년 6월부터 불산 취급량이 연간 10t이상인 업체들을 ‘화학물질 배출?이동량 정보 조사?공개 제도’ 적용 대상이다. 당연히 불산 취급양은 공개되어야 하는데 종업원 30인 이상업체로만 대상을 한정한다는 규정 때문에 휴브글로벌은 조사 대상에서 빠져 있다고 한다.

 

때마침 2015년부터 화학물질 평가법이 시행되어 모든 화학물질은 유해성 심사에서 위해성 평가로 전환, 등록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화학물질 정보를 공개하여 지역주민들이 정보공유를 통하여 사고의 위험으로부터 미연에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국제환경규제가 도입되어 2015년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모든 화학물질 등록제도 도입, 폐기물 재활용률 관리 등 자원순환경제로 전환시켜 나가는 각종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고 이젠 본격적으로 시행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구미 불산누출사고에서 보여준 환경행정시스템에 대한 적폐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민들의 안전은 보장될 수 없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국가비전을 발표하였다. 때문에 불산누출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하여 책임자들을 엄중 문책하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실행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불산 누출사고와 같은 적폐가 해소되지 않고 같은 유형의 사고가 빈발하여 국민안전과 건강에 큰 위험요소가 될 것이다. 따라서 화학물질 사고에 대한 환경행정시스템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개혁방안을 마련하여 실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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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화학물질관리체계에 돌입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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