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9(목)
 

지구를 순환하는 탄소는 블랙카본, 그린카본, 블루카본으로 구분한다. 일반적으로 화석연료에 함유되어 있는 탄소를 블랙카본, 숲과 열대우림 같은 육상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그린카본, 그리고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가 블루카본라고 부른다. 블루카본은 수많은 나무와 식물들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듯이 해양 식물들도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한다.

 

그런데 이번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주요 탄소흡수원으로 인정받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블루카본이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전체 맹그로브 면적은 1,500만 ha중 20%에 해당되는 290만 ha를 인정받고 있다.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는 2019년 발표한 ‘해양 및 빙권 특별보고서’에서 블루카본을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공식 인정하였다. 미국·호주 등 주요국은 블루카본을 국가 온실가스 통계에 포함시켰고, 28개국은 연안습지를 온실가스 감축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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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블루카본은 맹그로브숲, 염습지, 잘피림 등 3가지다. 맹그로브 숲은 물고기의 산란장소, 은신처, 먹이를 제공하며 다양한 해양 생물체가 번식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잘피는 해수에 완전히 잠겨서 자라는 식물, 염생식물는 염분이 많은 땅에서 자라는 식물을 말한다. 이와 같이 바닷가에서 서식하는 생물을 비롯해서 갯벌 등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는 규모가 남다르다.

 

유엔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자료에 따르면 해양생태계의 온실가스 흡수 속도는 육지생태계보다 최대 50배나 빠르다. 세계 151개 국가에서 블루카본 3가지 중 최소 1가지를, 71개국은 3가지 모두를 보유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블루카본이 주목하는 이유는 해안 생태계를 보호할 뿐 아니라 비용 대비 온실가스 흡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데, 블루카본은 이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유기물을 정화하고 더 많은 탄소를 땅속에 저장한다. 열대우림이나 침엽수림 같은 ‘그린카본’에 비해 분포 면적은 훨씬 작지만, 조성 비용이 적게 들고 탄소 흡수 속도는 50배가량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다가 블루카본으로서 역할하는 데는 해양생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먹이사슬 속 모든 단계의 해양생물이 블루카본을 유지, 순환, 장기 저장, 심해 퇴적물로 이동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수심 200m 이내의 얕은 바다에서는 플랑크톤이 용존 CO2를 유기 탄소로 변환시키고, 이를 잡아 먹는 해양생물들이 탄소 저장 및 이동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주목해서 해양환경공단이 주관하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서울대 연구팀 등 10개 기관이 2017년부터 ‘국가 블루카본 정보시스템 구축 및 평가관리기술 개발연구’를 진행했다. 그 중 서울대 김종성 연구팀은 우리나라 갯벌이 약 1,300만 톤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고 연간 26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고 밝혔다. 이는 연간 11만 대의 승용차가 내뿜는 수준이다.

 

한편 해양환경공단의 이숙희 박사는 “전 세계 주요국들이 탄소 흡수 잠재력을 인정받는 블루카본의 보존과 발굴을 위해 연구와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국내 갯벌이 탄소저장고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지니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연안습지의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보면, 갯벌은 48만4506t, 염습지 8213t, 잘피림 7733t 등 총 50만452t이다. 갯벌은 국내 전체 갯벌의 98%를 차지하는 비식생(식물이 살지 않는) 지역으로, 면적이 훨씬 넓어 이산화탄소 흡수량도 압도적으로 많다.

 

염습지는 갈대와 칠면초 등 염생식물이 서식하는 연안 모래언덕이나 갯벌이며, 잘피림은 바닷물에서 꽃을 피우는 거머리말과 새우말 등 현화식물의 군락지를 의미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국내 연안습지 분포 면적은 비식생 갯벌 2447㎢, 염습지 35㎢, 잘피림 19㎢ 등 총 2501㎢(2018년 기준)이다.

 

한편 인천대학교 해양학과의 김장균 교수는 연안 생태계의 이산화탄소 제거 효율의 경제적 가치를 2백조 원으로 평가한다. 김 교수는 각종 해조류가 생장하면서 이산화탄소와 질소, 인 등을 흡수한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기후변화와 연안오염 문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해조류와 패류양식이 하수처리장으로부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5.7 %, 질소의 8.6%를 제거할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지난 5월 블룸버그와 인터뷰를 가진 김장균 교수는 해조류 양식면적의 증대와 이용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갈대 등 염생식물 군락지를 조성하는 등 오는 2025년까지 연안습지 4.5㎢를 우선 복원할 계획이다. 또 갯벌이 IPCC 등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국가 온실가스 흡수원에 반영되도록 이번 연구결과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에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많은 국가들이 자기들이 보유한 블루카본 자원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연구와 투자를 집중적으로 늘리는 상황인 데 반해 우리는 최근까지 관련 자료조차 제대로 축적돼 있지 않았다”며 “갯벌이 블루카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갯벌 보유국들과 공조하는 등 정부가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블루카본을 보존하고 발굴할 수 있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남동발전은 블루카본 확대 시범사업에 착수하면서 올해 3월 인천시와 '블루카본 프로젝트 공동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 전문가 자문·실무협의·수중조사 등을 거쳐 블루카본 흡수에 탁월한 잘피를 이식하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수심 4~5m의 얕은 바다 펄에 잘피를 심고 한 달에 한 번씩 모니터링을 통해 유지와 번식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꼽히는 국내 갯벌이 해마다 승용차 20만대가 내뿜는 분량에 맞먹는 48만4500t의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30년 된 소나무 약 7,340만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비슷하다. 갯벌을 비롯한 연안습지 생태계를 이르는 ‘블루카본’이 기후변화 대응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국내 학계와 정부는 최근 몇 년 전부터 갯벌을 블루카본에 포함시키기 위해 관련 연구와 조사를 진행해왔다”며 “탄소중립 실현은 ‘탄소 배출 감축과 탄소 흡수’라는 두 가지 축이 원활하게 작동됐을 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제 블루카본 보존과 발굴은 ‘탄소 배출 감축’보다는 ‘흡수’에 방점이 찍힌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이를 보전 관리해 나가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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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카본’이라는 탄수흡수원으로 부각되고 있는 우리나라 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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