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9(목)
 

그린피스는 지난달 31일 ‘일회용의 유혹, 플라스틱 대한민국’ 보고서를 내놓았다. 여기에서 “2017년 기준 한국인 1명은 1년에 생수 페트병 96개와 일회용 플라스틱 컵 65개, 일회용 비닐봉투 460개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게로 따지면 페트병 1.4㎏, 플라스틱 컵 0.9㎏, 비닐봉투 9.2㎏으로 세 가지 품목만으로도 1년에 약 11.5㎏의 플라스틱을 쓰는 것이다.

 

한국인이 1년에 쓰는 페트병은 49억 개로 세워놓았을 때 지구를 10.6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비닐봉투는 235억 개를 쓰는데 이는 종량제 봉투에 채워 담으면 남한 면적의 70%를 덮는 양이다. 플라스틱 컵 33억 개를 포함하면 세 품목의 연간 전체 소비량만 58만 6500t으로 나타났다. 이는 환경공단의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에 따른 2017년 기준 생활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20%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의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을 추정했는데, “한국이 일회용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는 나라고 폐기물 발생량이 많음에도 얼마나 소비하고 폐기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며 “생활에서 많이 쓰는 품목을 파악해 감축 우선순위를 두고 규제 및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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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62%로 유럽연합(EU)의 40%보다 높아 보이나 그렇지 않다고도 주장했다. 즉 환경공단 통계 기준 2017년 한국의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 처리 비율은 62%이나 여기에는 플라스틱을 태워 에너지를 만드는 ‘에너지 회수’라는 허수가 있다는 지적이다. EU는 재활용과 에너지 회수를 구분해 재활용률을 약 40%로 집계하고 있는데 이 런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한국의 재활용률을 22.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2018년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내놓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감축하고 재활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린피스는 “일회용 플라스틱의 생산 및 사용 금지 등 강력한 법적 수단이 없고 또한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업계의 책임에 관한 내용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산부터 처리까지 전 과정에 걸친 환경 부담금을 부과하는 등의 규제기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얼마 전 지질학자들은 암반에서 플라스틱 층을 발견했다고 한다. 더욱이 다큐멘터리 '블루 플래닛 II'를 보면 해안가로 밀려온 고래 사체 뱃속에는 플라스틱이 가득하다. 어미 고래가 작은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착각해 새끼에게 먹이는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새로운 지질 시대를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라고 부르는데, 인류세는 인류가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 시점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인류세를 대표하는 물질은 방사능 물질,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플라스틱, 콘크리트 등이라고 한다.

UN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제조된 합성섬유는 6,100만 톤에 이른다. 전 세계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가운데 3분의 1 이상은 옷을 세탁하면서 나온 것이다. 길이가 1밀리미터도 안 되는 마이크로파이버(초미세 합성섬유)는 크기가 매우 작기 때문에 세탁기에서 빠져나와 배수구로 흘러들어간다.

 

인간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마이크로파이버가 작은 새우처럼 생긴 크릴과 같은 동물성 플랑크톤의 눈에는 맛있는 먹이로 보인다. 먹이사슬에서 맨 아래 단계에 해당하는 이러한 동물은 더 큰 동물성 플랑크톤, 어류, 고래를 비롯한 바다 포유류처럼 수많은 동물의 먹이가 된다. 이 같은 경로로 마이크로파이버는 먹이사슬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축적되다가 마침내 우리의 식탁에 오른다.

 

누군가에게는 어렵고, 누군가에게는 쉬울 수 있는 해결책은 옷을 덜 사고, 산다면 중고의류나 천연섬유로 만든 제품을 사는 것이다. 옷을 덜 구매하는 것이야말로 환경에 유해한 마이크로파이버를 줄이는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옷은 오래 입을수록 환경에 이롭다

 

많은 사람이 심각한 플라스틱 공해를 알게 된 후 플라스틱을 안 쓰기로 결심하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한다. 빨대, 물티슈, 면봉, 일회용 컵, 샴푸, 린스, 주방세제 등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많은 것들이 플라스틱 공해를 유발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편리함은 거의 대부분 플라스틱 덕분이다.

 

샴푸, 린스, 치약 등 대부분의 제품이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대용량 제품을 구매해 내용물만 채워 플라스틱 용기를 재사용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용기를 재사용하는 것보다 한걸음 더 나가고 싶다면 고체 제품을 사용하면 된다. 플라스틱이 아닌 재사용이 가능한 알루미늄 통이나 종이 박스로 포장한 고체 비누, 고체 샴푸, 가루 치약 등이 좀더 친환경적이다.

 

이런 물질 중에서 플라스틱은 지구에서 가장 외딴 곳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인간과 접촉한 적 없는 해양생물의 배 속에서도 발견된다. 그런데도 플라스틱 생산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고 다국적 기업 중 어떤 곳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현실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린피스 영국 사무소에서 오랜 시간 캠페인을 진행해온 윌 맥컬럼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실천법을 담은 “플라스틱이 없는 삶‘이라는 책자를 내놓았다.

그는 플라스틱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우리가 싸우지 않는다면 꿈쩍도 안 할 것이다. 플라스틱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당신처럼 자연을 아끼고 후손 역시 우리 세대가 누렸던 바다의 아름다움을 느끼길 간절히 원하는 전 세계 수백만 명 의 사람이 힘을 모아야 한다. 이미 수없이 많은 사람이 행동하고 있고, 그 여파를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 앉은 사람들까지 느끼고 있다.

 

플라스틱을 포기하는 일이 불가능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지난 3년 동안 배운 교훈은 세상이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변하면서 한때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던 일들이 가능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희망의 이야기가 절실했던 지금, 새로운 사회 비전을 제시하고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다양한 배경과 문화의 사람들이 모여 플라스틱을 포기하려는 노력에 동참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책자에서는 누구라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플라스틱 줄이기’ 다섯 가지 원칙을 내놓고 있다.

첫째는 플라스틱 제로 쇼핑이다. 물병, 텀블러, 에코백, 도시락, 식품 저장 용기는 플라스틱 없는 삶의 필수품이다.

두 번째는 플라스틱 제품 퇴출이다. 세면대나 화장대에 있는 화장품 중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이 포함된 제품을 비롯해 주방 선반에 있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빨대, 수저, 칼, 포크 등의 제품을 퇴출시킨다.

세 번째는 플라스틱 제로 대화다. 친구나 가족, 이웃에게 플라스틱 없는 삶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다.

네 번째는 플라스틱 제로 계획이다. 가능하면 플라스틱을 적게 쓰는 상점이나 손님이 과일·채소를 원하는 만큼 알아서 포장해가는 청과물 가게를 이용하고, 직장 주변에 패스트푸드 음식점밖에 없다면 도시락을 준비하는 등 플라스틱 없는 일상을 계획하고 실천한다.

마지막은 플라스틱 제로 캠페인이다.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쓰는 동네 상점이나 음식점 주인을 만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플라스틱이 없는 삶이란? “일회용 플라스틱을 거절하라, 집과 일터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라, 에코백·텀블러 같은 친환경 제품을 재사용하라, 철저히 재활용하라, 목소리를 내라”는 것이다. 이를 실천하여 플라스틱 없는 삶을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 주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며 사명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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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현대생활, 신음하는 지구’에서의 플라스틱 없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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