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3(월)
 

장형,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올해로 65년이 되는 해라고 합니다. 그래 내가 나온 송산초교 100주년을 맞이하게 돼 그곳에서 65년만에 처음으로 80을 바라보는 동창생들을 만났답니다.

65년 전에 코흘리개로 만나 6년간 함께 공부하고 놀았던 그 친구들과의 추억은 항상 내 가슴속에 아름다움으로 간직해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과의 만남은 내게 큰 설렘으로 다가오면서 마음이 무척이나 벅찼습니다. 그런데 막상 만나보니 늙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얼굴들이었으니 세월의 무상함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65년 전 같은 학교에서 함께 공부하던 그 친구들이 그간 흩어져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다가 이렇게 만나 옛 추억이 어린 그 시절을 기억하게 만듭니다. 그저 세월의 무상함과 그리고 앞으로 가야 될 세상에 대한 걱정으로 마지막 내 인생을 어떻게 마무리 짓어야 할 것인지를 곰곰히 생각하게 만듭니다.

 

장형,

사실 자신이 살아온 세상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농사꾼으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들은 농사꾼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공무원으로 세상을 살아온 사람들은 공무원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장사꾼은 장사꾼으로, 월급장이는 월급장이의 눈으로 세상을 살아왔고 앞으로 그런 눈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80을 바라보는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인생이란 결국 똑같은 운명을 안고 살아간다는 공통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는 결국 이 세상에 나와서 세 가지 싸움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자연과 인간의 싸움, 사람과 사람의 싸움, 그리고 우리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어린 시절, 우리들은 찌는 듯한 더위나 혹독한 추위와 같은 자연과의 싸움에서 참고 이겨내는 걸 배웠습니다.

찌는 듯한 더위가 머지않아 사라지고 결실의 계절인 가을 맞이하게 되고 혹독한 추위도 사라지게 되면 따뜻한 봄이 되면서 아름다운 꽃으로 세상이 만발하게 됩니다.

 

장형,

그렇지만 사회에 나오면서 우리들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나름대로 터득해서 살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으로 내자신만을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과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으로 크게 구분될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항상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람들에겐 무거운 책임을 부담해야 되는 어려움이 부닥치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나만을 생각하고 나를 위해서 아부도 하고 적당히 타협도 하면서 손쉽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택하기 때문에 책임도 미련도 없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세상에 모든 일은 아픔 없이 이뤄지는 것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자신만을 위해서 아부와 타협만으로 세상을 살아 온 사람들에겐 진주라는 보석의 가치를 깨닫지 못한채 인생을 마무리 짓게 된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다함께 살아가야 된다는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아 온 사람들에겐 이 세상에 자그먀한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야 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진주라는 보석의 가치를 깨닫게 되어 늙어짐에 대한 성숙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장형,

진주라는 보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아십니까?

진주는 조개의 아픔으로 탄생된다고 합니다. 조개가 상처를 입고 모래를 입안으로 삼키고 뱉고 삼키고 뱉고 하는 수많은 반복행동을 통해서 자그마한 상처가 영롱하고 빛나는 구슬로 변하여 진주가 된다고 합니다.

이같이 아름다운 보석의 뒤에는 항상 아픔과 고통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영롱하고 빛난다는 것은 오늘의 아픔이나 고통을 피할 것이 아니라 기꺼이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의연하게 감수하는 굳센 도전 정신력에서 얻어내는 보석이랍니다.

그런데 이런 진주라는 보석의 의미조차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채 많은 사람들은 돈이나 권력에 집착하여 내가 먼저 차지하겠다는 생각으로 덤벼들고 무리하게 도전하여 결국에는 큰 낭패를 보게 되는 경우가 일쑤입니다.

 

장형,

늙음이란 결국 내자신과의 싸움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늙음이란 늙어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는 늙음의 참맛은 진정한 진주라는 보석의 진가를 인지할 때 얻어지는 선물이라고 생각됩니다.

인생이란 항상 평탄한 길을 가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일이 있으면 분명히 나쁜 일이 예정되어 있고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잠재하여 있습니다. 다만 언제 어느 경우에 상황이 뒤바뀔는지 알 수 없어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일은 좋은 때는 어려울 때에 대비하여 준비해야 하고 어려울 때는 좋은 때를 염두에 두고 기죽지 말고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이 세상을 현명하게 살아가려면 내 자신의 의지를 믿고 그를 위해서 아무리 어렵고 아픔이 있을지라도 굳세게 추진해 나가는 힘이라고 믿습니다.

 

장형,

내가 고등학교 때 읽은 책중에서 마지막 말 한마디라는 프랑스의 서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프랑스 국립묘지에 여기에 위대한 사람들이 있습니다라는 패말위에 안장된 그 사람들의 말 한마디가 쓰어져 있습니다.

이 세상을 떠날 때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 한마디, 그것이 그 사람의 마지막 메시지이며 그 사람의 위대성을 나타내는것으로 프랑스 사람들은 생각하고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는 위대성을 그 마지막 말 한마디로 평가했다고 합니다.

이 세상을 사라지는 마지막 별들의 메시지를 모아 후세에게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프랑스 국립묘지의 역할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그래 내 자신도 어떤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이 세상을 떠나야 될지 나의 최대의 현안과제라고 여겨집니다. 어린 시절 함께 보냈던 동창생들이여. 다함께 마지막 말 한마디를 어떤 것으로 남길지를 고민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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