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영국의 환경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103세를 일기로 지난 726일에 별세했다.

 

그의 '가이아 이론'은 오늘날 지구환경의 기반을 마련하는 근거가 되었으며 환경운동의 시발점을 마련주었다고 할 수 있다.

러브록이 1972년 논문을 통해 발표한 가이아 가설은 지구를 하나의 살아 있는 유기체로 보고 생물과 환경이 상호작용하며 지구 스스로가 자기조절능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 당시 많은 과학자들은 가이아 가설이 근거가 부족하고 지나치게 서정적이라며 이를 무시했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지구온난화, 플라스틱 쓰레기 등 인류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다시 주목받게 되면서 그의 가설은 천동설을 믿고 있던 시대에 지동설을 주장하는 갈리레오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가디언의 환경 전문기자인 조나단 와츠는 "러브록이 없었다면 전 세계 환경 운동이 훨씬 더 늦게 시작됐을 것이다"만일 러브록이 없었다면 지구환경이 왜 이렇게 오염되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규명하지 못한 채 세계 인류는 아직도 헤매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1960년대 만든 초고감도 전자 포착 탐지기는 독성 화학 물질이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 마시는 물, 음식을 재배하는 토양에 어떻게 침투하는지 알려줬다. 그렇지만 그런 환경오염물질이 왜 발생하게 되며 그들이 세계 인류에게 어떤 피해를 주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그런데 1970년대 초, 영국의 대기학자인 제임스 러브록은 지구의 역사와 생물 진화에 대한 종래의 견해들과는 전혀 다른 궤도로 파악하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이는 지구를 살아 있는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라고 주장했으며 이는 지금까지 지구를 중심으로 천체가 돌아간다는 천동설을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돌고 있다는 지동설과 같은 의미를 갖는 엄청난 일이었다.

 

먼저 러브록은 지난 30여 억 년 동안 대기권이 원소 조성과 해양의 염분 농도가 거의 일정하게 유지돼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만약 생물이 지상에 출현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그렇게 될 수 없음을 간파했다. 그리고 탄소, 질소, , , 염소 등 지구를 구성하는 주요 원소들이 대륙과 해양을 오가며 순환하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물질들의 매개자가 전적으로 생물이라는 점을 알아냈다.

 

생물들은 기후를 조절하고 해안선을 변화시키고, 때로는 대륙을 이동시킬 수도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러브록은 자연스럽게 이 지구가 생물과 무생물의 복합체로 구성된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러브록은 20여 년간에 걸쳐 지구와 생물의 유구한 역사를 연구하면서 지질학, 생물 진화학, 기후학 등에 담겨진 최근의 이론들에 근거한 과학적 증거들을 제시하였다.

 

러브록은 NASA 태양계 조사에 참여하면서 지구의 대기 조성이 주변 행성과는 크게 다른 점을 발견했다. 금성과 화성의 경우, 두 행성은 모두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비율이 95%를 차지하는 데 비해 지구의 0.03%는 매우 다른 수치였다.

이에 대해 러브록은 원시 지구의 이산화탄소 비율은 금성, 화성과 비슷했지만, 지구가 생명체를 배태하면서 이 생명체가 지구의 대기 성분이 바꾼 것이라는 알게 되었다. 즉 광합성을 하는 세균, 조류(藻類) 등이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고 산소를 내뿜어 지구 대기를 변화시켰다. 이러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지구 대기권의 원소 조성과 해양 성분이 지난 30억 년 동안 거의 일정하게 유지돼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산소가 존재하지 않던 원시대기에 광합성 박테리아의 출현 이후 산소 농도가 증가하다가 현재 상태인 21% 수준이 유지되어 생물체가 살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지구 자체가 하나의 생명처럼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대기 중의 산소 농도는 과거 2억 년 동안 1520% 범위에서 유지돼왔는데, 이것은 지구가 생물권에서 일어나는 광합성과 호흡양의 조절, 그리고 물질순환을 통해 대기의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조절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편 오존층은 지구의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시켜 주고 생물체에 유해한 자외선을 차단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이것은 바다 표면에 서식하는 말류의 화학 작용에 의해 조절되기 때문이다. 이에 오존층이 형성되면서 자외선의 강도가 점차 약해졌고, 지구 곳곳에 많은 생물들이 등장해 활발한 광합성으로 대기 중의 산소 농도를 현재처럼 21%로 유지하는 기초가 되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지구 대기의 약 0.03%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화석연료의 사용, 산불, 화산 활동 등에 의해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증가하지만, 열대우림의 광합성에 의해 많은 이산화탄소가 고정되기 때문이다.

결국 지구 자체의 생물체가 유기적으로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조절하게 되는 셈이 된다. 이밖에도 해양의 염분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현상 역시 가이아 가설의 근거가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같이 지구상의 다양한 생물 요소들이 지구의 대기와 해양의 조성을 조절하면서, 대기와 해양의 상태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지구는 스스로의 상태를 조절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생명체, 즉 가이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구 생태계는 단순히 주위 환경에 적응해서 생존하여 나가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지구생태계에 전반적으로 물리, 화학적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네트워크를 구성해 나가는 일원으로 지구환경을 변화시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라고 규정했다.

 

가이아란 본래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대지의 여신으로 지구는 지구 생태계를 보살펴 주는 자비로운 어머니와 같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들은 신체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팔다리의 중요성과 두뇌, 허파, 심장의 중요성이 서로 다르듯이, 지구를 구성하는 생물체들도 가이아의 각 부분으로써 그 중요성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러브록은 감기와 폐결핵에 대한 인체의 저항력이 다른 것처럼 환경오염도 그 종류에 따라서 가이아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러브록은 열대우림 지역을 지구에서 가장 소중한 부분으로 간주하고 있다. 열대우림은 방대한 양의 수증기를 발산하고 동시에 구름의 형성을 돕는 여러 종류의 가스와 입자상 물질들을 엄청나게 방출하고 있다.

이렇게 형성된 흰 구름은 그 자체가 태양열을 반사해서 외계로 빠져나가는 에너지의 양을 늘리고 또한 구름에서 비를 내리게 하여 대기권의 온도를 낮추는 데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러한 열대우림을 손상시키는 일은 대규모적인 핵전쟁보다도 더 가이아에 끔찍한 일이라고 그는 경고하고 나섰다.

러브록은 행성 지구가 현재 지구온난화의 초입에 들어서고 있다는 기상학자들의 주장에 동조하면서 그의 가이아 이론은 이러한 지구온난화의 추세가 열대삼림의 파괴에 덧붙여질 때 전혀 예기치 못한 방향에서 세계 인류를 포함하는 생물권에 엄청난 재난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준엄한 경고를 하고 있다.

 

인간을 포함하여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 개체들은 독립된 존재가 아니고 무생물적 환경과 함께 가이아라는 거대한 생명체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이다.

능동적으로 자신을 조절하여 지구의 항상성(恒常性)을 유지하고 있기때문에 지구가 지금까지 자원순환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런 시스템을 인간 활동으로 붕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의 장래를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로 핵폭탄과 산성비와 오존층 파괴가 아니라 3C, 즉 승용차(car)와 가축(cattle)과 기계톱(chainsaw)이라는 사실을 밝혀 오늘날 환경운동의 기초를 마련한 셈이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편향적인 시각이나 환경주의자들의 편협한 인간 중심적인 태도, 그리고 정치가들의 독선과 일반 대중들의 맹목적성 등은 모두 경계해야 될 대상이라고 그는 경고하고 나섰다. 그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인간만을 위한 환경보전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모두를 위한 보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환경보전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70년대 초에 일부 생태학자들과 과격한 환경주의자들 때문에 알래스카에서 미국 본토까지 파이프라인의 건설이 지연되었던 결과 1974년에 오일쇼크가 발생했다. 그리고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스웨덴의 래프족 거주 지구에서 방사능에 오염되었다는 이유로 그들의 유일한 식량이라 할 수 있는 순록을 수천 마리나 살해하였다는 점을 러브록을 크게 우려했다.

오직 순록에만 의지해서 생활하는 래프족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그러한 처방의 결과가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보다도 지구생태계를 보전시켜 나가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지구 생태계를 인간 중심으로 볼 것이 아니라 지구생태계 중심으로 관찰하여 이를 보전시켜 나가야 된다는 것이 그의 확신이고 철학이었다,

그래서 러브록은 지구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존 산업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지구환경의 중요성을 내세워 경제성장 우선주의에서 벗어나 환경우선주의로 전환될 것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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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설과 같은 러브록의 ‘가이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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