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3(금)
 

어떤 사람이 TV에 나와서 자기 몸에는 온갖 화학물질들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을 실토하였다. 그는 맑은 공기로 가득 찬 교외에서 40년 동안 유기농만 먹고, 깨끗한 물만 마시면서 전기도 없이 자연생활을 누려왔다고 한다. 그런데 자신에게 많은 화학물질이 검출되고 있는 이유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독성물질들은 은밀하게 인체에 영향을 미칠 때는 주로 허용기준 이하에서 벌어진다. 때문에 허용기준 이상이냐 이하냐를 따지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식물성 식품 안에도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되는 성분이 듬뿍 포함되어 있다.

 

전통적인 독성 영역에서는 당연히 용량이 높으면 높을수록 더 해로워진다고 여기고 있다. 그렇지만 용량이 높으면 높을수록 더 해로워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음식, 공기, 물, 일상생활용품을 통하여 매일같이 마주치게 되는 낮은 농도의 환경노출 영역이 높은 농도보다 더 해로울 수 있다. 즉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통하여 노출되는 초극미량의 유해화학물질 수는 수백 가지, 아니 수천 가지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각자 고유의 비선형성을 가지고 서로 간에 상호작용을 하게 되면 현실에서 이 화학물질의 문제는 도저히 예측 불가능한 복잡계 현상이 일어난다. 이러한 경우 사회 전체적으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각종 질병들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게 된다.

 

일반적으로 유해화학물질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니 쓰지 말고 피하라고 충고한다. 물론 자연주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여 즐겁게 사시는 분들은 현대문명과 단절하고 살아갈 수 있다. 그렇지만 도시의 아파트에서 생활해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화학물질을 쓰지 말고 피하라는 충고는 사실상 받아들이기 어렵다.

 

스트레스가 몸에 해로우니 피하라고 하지만 우리들의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겠는가? 외부환경이 변화하면서 불안감이 생기게 되고 이로 인하여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런데 외부 환경변화를 내 자신이 억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내 자신의 마음관리체제를 바꿔나가야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독성물질도 마찬가지로 피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몸속에 흡수된 독성물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지 방법을 터득하여 일상화시켜야 건강을 유지시켜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 플라스틱을 많이 쓰는 이유는 편리함과 안전성에다 값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석유로 만들어지고, 제품을 만들 때 부드럽게 하는 가소제인 ‘프탈레이트’와 색을 예쁘게 하는 안정제인 납과 카드뮴의 중금속이 들어간다. PVC 제품의 15~ 60%가 가소제를 함유하고, 가소제로 사용되는 프탈레이트는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되어 있고, 생식독성과 비만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소제 프탈레이트는 어린이 장난감이나 세제, 샴푸, 방향제 등에 들어가 있다.

 

성조숙증 어린이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것도 PVC 영향이라고 한다. 나만 쓰지 않으면 되는 문제가 아니라 생산 과정에서의 근로자뿐만 아니라 사용하는 과정 그리고 폐기하는 과정에서는 다이옥신을 발생시키고 있다. 따라서 ‘생산- 사용- 폐기’ 전 과정에서 위험한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생활 속 유해물질은 많다. 갑상선 호르몬의 역할을 방해하는 트리클로산, 체내에 오래 남아 있어 위험한 환경호르몬, 아토피와 천식, 학습장애 등 아이들에게 더 위험한 프탈레이트, 피부를 자극하는 파라벤, 정자 수를 감소시키는 비스페놀A, 눈과 코를 자극하는 새집증후군의 주요 원인 포름알데히드 등이 있다. 

 

특히 암과 발달장애를 일으키는 수은과 납, 카드뮴, 비소 등 중금속은 아이들의 뇌 발달에 좋지 않은 브롬화난연제,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주는 톨루엔, 피부 자극부터 발암 위험성까지 있는 다이옥산, 내분비계 교란과 면역기능의 장애를 주는 유기주석화합물 등도 있다.

 

우리가 쓰는 물건에 대해 PVC 검사를 해서 ‘안전’, ‘주의’, ‘위험’ 단계로 구분했다. 단소와 멜로디언, 실로폰 등 음악교구뿐만 아니라 줄넘기 등 체육교구의 절반 정도, 완구류 25개 중 6개가 ‘위험’으로 나왔다.

 

플라스틱은 가능한 한 사용을 최소화하고, 뜨거운 물질을 담지 않으며, 상처 나거나 오래된 플라스틱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재질 표시를 확인하고, 제조회사에 정확한 재질표시를 요구해야 한다.

 

재질 표시가 없으면 잘 휘어지고 부드러운 제품이라면 PVC를 의심하고, 의심되는데 재질 표시가 안 되어 있으면 사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색깔이 화려한 제품은 안료에 중금속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많다. 지우개가 부드러운 이유는 프탈레이트가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지우개 통을 만들거나 지우개를 입에 대지 않아야 한다.

 

화학물질은 의약, 농업 등 산업 전 분야에서 원료, 소재로 활용되며, 일상생활 속 소비자 제품으로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DDT, 탈리도마이드 사건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사고 등으로 유해물질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려주고 있다.

 

2006년, UN은 2020년까지 화학물질로 인한 위해 최소화를 목표로 하는 ‘화학물질관리전략(SAICM)’을 채택하여 각국에게 이행을 권고하고 있다. EU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물질정보가 없으면 판매도 할 수 없다(No Data, No Market)’는 화학물질 정보 공유에 기반 한 사전 예방적 안전관리체계를 도입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고 있는 화학물질은 433백만 톤(‘10년)으로 2002년 287백만 톤에 비해 약 1.5배 이상 증가하였다. 유통되는 화학물질 약 4만 4천 종 중 유해성 정보가 확인된 물질은 약 15%에 불과하여, 사실상 화학물질 안전관리에 소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화학물질 관련 법률에는 유통 중인 화학물질의 안전성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사전예방적인 화학물질 관리가 미흡하다. 따라서 화학물질 안전성 정보의 등록 및 평가를 통한 전 과정 관리체계를 구축하여 국민건강과 생태계에 대한 화학물질의 위해를 사전 예방하고자 2015년부터 화학물질평가법이 시행되었다.

 

산업혁명이후 개발한 화학물질이 천만 가지나 되고 이 중에 사용 중인 화학물질은 10만 가지나 된다. 이런 화학물질이 생산, 유통, 폐기하는데 많은 독성물질이 배출된다. 그 중에 발암성 물질, 변이원성 물질, 생식독성 물질, 환경호르몬 등 고위험물질이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

 

국립독성연구원에서 낸 보고서에서 ‘화학물질과 자녀출생이 상관관계가 있어 비뇨기계 환자가 늘어나고 출생자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또한 임신 중 약 4~ 9%가 미숙아로 영아 사망하고 있으며 주의력 결핍과잉 행동장애(ADHD) 같은 질환은 혈중 납성분과 연성관이 깊다고 밝히고 있다. 

 

비스페놀 A는 DNA 메칠화를 통하여 신경발달에 영향을 미치며 비정상적인 정서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환경호르몬은 체중을 조절하는 호르몬에 영향을 미쳐 비만을 가져온다.

 

화학물질은 현재의 윤택한 경제나 국민생활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사람의 건강이나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따라서 화학물질이 우리가 사는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체계적인 화학물질 환경실태조사를 실시하여 환경리스크를 줄여 나갈 수 있는 대안을 마련돼야 한다.

 

한강 등 주요 하천수에서 환경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콜레스테롤 저하제와 소염진통제 등 의약품이 계속 검출되고 있다. 즉 의약품의 환경배출은 사람과 생태계에 치명적인 위협을 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의약품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플라스틱 그릇에 뜨거운 것을 담으면 화학물질이 다량 흘러나온다. 그러나 모든 플라스틱은 실온에서도 화학물질을 조금씩 공기 중에 배출되고 있다. 뚜껑을 닫아 두었던 플라스틱 통을 열면 냄새가 나는데 이는 유해한 화학물질을 끊임없이 배출시키고 있다는 증거이다.

 

또한 비닐과 나일론을 포함한 플라스틱의 종류는 식품포장용기에서 장난감, 기저귀, 랩, 식기, 수저, 페트병, 헤어스프레이, 페인트, 추잉껌에 이르기까지 50가지가 넘으며 지금도 새로운 플라스틱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

 

식품에 들어가는 방부제와 색소를 비롯하여 농약과 살충제, 의류와 표백제, 건축의 마감재, 가구의 외장처리까지 현대인의 생활에서 화학물질은 이제 필수불가결한 것이 되었다. 이러한 화학물질은 맹독성인 것도 많으며 몸 안에 축적되어도 분해되지 않거나 체외로 잘 배출되지도 않는다. 

 

또한 면역체계나 신경전달물질에 제멋대로 결합하여 몸 안의 면역질서를 뒤엉키게 하여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더욱이 1ng(나노그램: 1g을 10억으로 나눈 양), 1pg(피코그램: 1g을 조로 나눈 양)으로도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호르몬은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편 합성세제에 사용되는 계면활성제는 세포벽을 절단하는 성질이 있어 호흡이나 피부접촉을 통해 인체에 들어오면 신경조직을 약화시킨다. 더욱이 샴푸, 린스, 치약 등에 포함된 계면활성제는 피부와 입속에 직접 닿기 때문에 흡수되어 혈액을 통해 체내를 두루 돌아다니며 만성적인 간장 장애를 일으킨다. 또한 피부막을 녹여 주부습진을 일으킨다.

 

요즘 기능강화 세정제가 여러 종류 나오고 있는데, 놀라운 세척력을 가진 것일수록 인체에 더 해로울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제올라이트라는 보조 첨가제는 강바닥에 축적되어 생태계를 교란시키며, 형광표백제는 발암물질로서 때를 빼는 것이 아니라 때를 가리기만 할 뿐이다. 이러한 성분들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또 다른 화학작용으로 인하여 그 독성이 치명적일 수도 있다.

 

바퀴벌레, 개미, 파리, 모기, 벼룩, 좀벌레 등을 퇴치하기 위해서 설치용 살충제, 훈증식 살충제, 공중살포식 살충제등이 이용되고 있다. 요즘에는 마치 도료처럼 바르는 살충제도 많이 사용되는데, 이런 제품에서도 독성 기체들이 끊임없이 나와 온 집안에 퍼진다.

 

최근 제품들에는 무색무취인 것이 많아 별로 신경을 쓰지 않게 되는데, 사실은 아주 독성이 강하다. 특히 신경계통에 장애를 초래하여 두통, 현기증, 경련, 구역질 및 피부와 호흡계 손상을 일으키며 간과 신장을 괴사시키기도 한다. 이들 구성성분은 헵타클로르, 카바메이트, 디클로르보스, 벤젠, 붕산염, 유기인산, 클로르데인 등이다.

 

쾌적한 실내 환경을 찾게 되면서 가정이나 자동차 등 생활주변에서 발생하는 불쾌한 냄새를 제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용도의 방향제가 쓰이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방향제에는 성분 표시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 많다. 이는 방향제의 성분 표시가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방향제의 거의 모든 제품에 들어가 있는 에탄올의 경우 인체 유해성이 적어 사용이 허용되고 있다. 그렇지만 장시간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할 때에는 흡입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며, 일부 제품에 포함되어 있는 메틸 알콜이나 이소프로판올 등은 개인에 따라 두통, 어지러움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체내 축적 우려가 큰 성분이다. 따라서 가능한 한 시판되는 방향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가족에게 영양과 정성이 담긴 음식을 만들어 준다는 것은 주부의 가장 큰 행복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가사일, 특히 음식조리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부들일수록 우울증, 두통 등과 같은 질병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청결함과 편리성에 아무런 의문도 없이 사용하고 있는 가스레인지에서 나오는 배기가스 때문이다. 천연가스나 프로판 가스 등은 타는 동안 일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등이 나오는데 이런 물질들은 면역기능 약화, 기관지염 등과 우울증, 신경과민, 염세증 등을 일으킨다. 또한 이런 물질들은 환기로도 잘 빠져나가지 않고 공기보다 무거우므로 누워있는 아기에게는 해가 더 크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와 같이 우리들은 화학물질로 도배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화학물질을 총체적으로 관리하여 이의 독성으로부터 벗어나야 우리들은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그래서 화학물질관리체제 구축은 국민건강을 위해서 불가피한 제도적인 장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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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물질로 둘러싸인 현대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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