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3(월)
 

중국어에 심경(心景)’이란 말이 있습니다. 직역하면 마음의 경치를

이르는 말이지만, 마음의 경치를 보는 눈을 두고 언제가 좋고 언제는

나쁘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10년 전 굉장히 중요했던 일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그 시절 추구했던 가치와 생각이 언젠가부터 무의미해지고, 철 지난

옷처럼 잊기도 합니다. 삶은 늘 현실에 기초해 있으니까요.

 

어려서부터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며 자존감을 북돋는

육아방식이 꼭 100점짜리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괴리가

있다면, 교육은 보다 현재에 서야 하니까요.

 

많은 사람이 행복은 불행의 가능성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방향성에 대해선 숙고할 필요가 있어요. 불행의

요소들을 싹둑싹둑 잘라냈다고 진정한 행복을 차지할까요?

 

어릴 때 잘못된 교육이 반() 사회적 성격장애를 만들기도 합니다.

타인에 공감하지 못하고 적의를 품는 사이코패스나, 자기도취형 인간,

나르시시스트 같은 성격장애자가 현실과 부조화 속에 만들어집니다.

 

이들의 대표적 공통점은 수치심입니다. 남에게 무안당하거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참지 못하는 특징이 있어요. 이를 피하기 위해

방어막을 치거나 주변 사람을 괴롭히며 잘못을 뒤집어 씌웁니다.

 

내가 감기에 걸린 건 너 때문이야.” 옷을 얇게 입은 것은 나인데 함께

놀러 간 친구를 탓하는 것과 같아요. 우리 삶이 급격히 가상공간으로

빨려 들면서 특별한 나를 믿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작은 불편도 참지 못하고 자신의 행복과 타인의 불행이 겹칠 때, 자기

행복만을 변호합니다. 생명계에서 인간이라고 특별한 지위가 있는 것은

아니듯 사람도 특별한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가 고유할 뿐입니다.

 

너 자신을 알라는 글을 놓고 생각이 분분함도 마찬가지 현상입니다.

누구는 존귀한 자’ ‘세상에 하나뿐인 너라며 자존감을 일러주고,

누구는 너의 분수를 알라라며 비루한 모습부터 깨치라고 해요.

 

비행기를 발명한 라이트 형제보다 천 년 앞서 하늘을 나는 실험을 한

사람이 있어요. 스페인 학자 아바스 이븐 피르나스. 그는 나뭇가지와

천으로 날개를 만들어 달고 모스크 종탑에서 뛰어내렸습니다.

 

이렇게 인류 최초의 비행은 완전 실패로 끝났습니다. 그는 하늘을 나는

일에만 집중했지 착륙하는 방법에는 소홀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몸은 심하게 다칠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그의 가상한 용기는 항공사()에 남았습니다. 지금도 바그다드

공항엔 그의 이름을 딴 광장이 있고 동상도 있다고 전합니다. 세상은

불가능한 것을 향한 괴짜들의 도전으로 열광하고 발전하니까요.

 

인류는 언제부터 하늘을 향해 고개를 치켜드는 걸 자랑으로 삼았어요.

그러나 먹을 것을 얻으려면 땅을 향해 숙일 줄도 알아야 합니다. 아무리

이상과 꿈이 좋아도 현실을 외면하면 실패할 뿐입니다.

 

오늘도 곳곳에서 너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으며, 세상의 중심이며,

세상은 너로 인해 변화될 것이라고 축복송을 불러주지만, 실전 무대인

세상에서 그대로 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나는 불행과 싸워 이기기 위해 태어났으며,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며, 모든 과정 하나하나를 감사하고 기뻐하자?

책을 읽다가 눈에 들어와 메모해 둔 어느 분의 좌우명입니다.

 

행복은 인생이란 과정에서 일어나는 희로애락과 오욕칠정의 변화무쌍한

오색 띠 속에 존재합니다. 때로는 부드럽게, 거칠게, 뜨겁게 채색하면서

오신채를 씹으면서 느끼는 희열이 참 행복이고 가치입니다.

 

행복은 마냥 좇는다고 잡히지 않아요. 그럴수록 더 멀리 도망을 갑니다.

누구나 겪게 되는 불행, 불운, 결핍이란 것에 용기와 인내, 도전이라는

재료가 섞일 때 행복의 토양이 일궈집니다.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천국에는 유머가 없다고 책에 썼어요. 유머와

웃음, 진정한 행복은 잔잔한 호수면처럼 편안함만으로 삶이 이어질

때 생기는 것이 아님을 그는 알아챘기 때문입니다.

 

슬픔과 고난, 역경을 겪으며 하나씩 이겨내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기쁨이 우리 가슴을 벅차게 합니다. 우리는 대개 마지막이 좋으면

다 좋은 것 같지만, 마지막이 좋으면 좀 더 좋은 것일 뿐입니다.

 

인생은 과정 하나하나가 소중해서입니다. 행복은 어느 순간 떠오르는

하늘의 쌍무지개가 아닙니다. 삶의 순간순간 소소한 일상 속에서

만들어지고 향기롭게 피어납니다.

 

으뜸 중 으뜸인 행복은 무엇일까?

힘들어도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는 것이며, 그 일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

우리 인생에서 그 이상의 간절함이 또 있나 싶습니다.(*)

-소설가 daumcafe 이관순의 손편지

 

태그
첨부파일 다운로드
이-1.jpg (468.8K)
다운로드

전체댓글 0

  • 63993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으뜸 중에 으뜸인 행복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