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4-04(금)
 

새해가 되면 하는 일이 있습니다. 지난 해 일기를 살피면서 나쁜 습관이나 고쳐

야 할 것은 무엇인지 찾아 기도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매년 계속해 이름을

올리는 제목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편리함에 물들고 있다는 모습을 확인하는

일이죠. 이는 게을러터지다는 뜻과도, 이기적인 생각과도 통하죠. 편리하고

빠른 것만 눈에 들어 했으니까요.

 

자잘한 욕심들도 내가 버려야 할 짐입니다. 곳곳에 독버섯처럼 일었다 시든

욕망의 분칠을 보면 아직도 내가 내려놓지 못했구나 하는 자책의 마음이

듭니다. 누군가 사람은 죽을 때까지 욕망의 포로라고 했습니다. 그것이 크든 작든

좋든 나쁘든 그러한 유혹에 시달려야 한다고. 하지만 이 둘은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이탈할 때 생겼다는 점에서 되돌아보게 합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각기 정해진 자기 자리가 있습니다. 별은 하늘에 있을 때

밝게 빛나고, 들꽃은 들판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우며, 아이는 엄마 아빠랑

있을 때 가장 행복합니다. 들꽃이 예쁘다고 몇 송이를 꺾어 집에 가져와 꽃병에

꽂아두면 며칠은 마음이 즐겁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그 꽃을 꺾지 않았다면

집에서 사는 날보다 훨씬 많은 날을 살며 많은 사람을 기쁘게 하고, 꽃이

진자리엔 더 많은 꽃을 피울 씨앗이 땅에 뿌려졌겠죠.

 

그걸 알면서도 순간의 이기적 충동으로, 사랑해서라는 말로, 제자리에 잘 있던

것을 내 옆에 슬쩍한 적은 없나요? 모든 사람이 이 같은 이기적 사랑을 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세상은 기쁜 사람보다 슬픈 사람이 많아지겠죠. 제자리를

찾아 행복한 사람보다, 제자리를 잃고 슬퍼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입니다.

 

파블로 네루다가 쓴 안녕, 나의 별은 제자리를 잃고 슬픔에 빠진 별 이야기

입니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갖고 싶었던 소년이 별 하나를 따서 주머니

속에 넣습니다. 그 순간 도시가 새까맣게 어두워집니다. 밤하늘에서 반짝

이다가 소년의 주머니 속에 들어간 별은 무서워 떱니다. 몸이 추우니 마음도

춥습니다.

 

소년의 마음은 어떠할까요? 별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토록 갖고 싶었던 별을

가지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행복하지 않았어요. 매일 반복하는

일상이 낯설기조차 합니다. 무엇이 소년을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집에 온 소년은 주머니에서 별을 꺼냅니다. 그러나 별빛이 너무 강해 숨길 수

없는 데다 사람들이 별빛을 보고 몰려올 것 같습니다. 별을 훔쳤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어쩌나, 소년의 마음이 불안해 집니다. 이러다가 엄청난 벌을 받지

않을까 두려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년은 별을 손수건에 싸서 몰래 집밖으로 나옵니다. 별은 싸늘하게

식었습니다. 소년은 별이 잘못될까봐 죄책감이 들어, 별을 강물에 놓아줍니다.

별은 물결에 흔들리며 멀어져갑니다. 미안한 마음에 소년은 별에게 제대로

인사도 못했어요.

 

별을 두려움에 빠뜨리고, 소년을 불안하게 만든 건 무얼까? 바로 욕심 많은 나

입니다. 이기적인 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은 그가 있어야 할 자리를 알고

지켜주는 힘이지요.

(글 소설가 이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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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자리를 지켜주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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