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주요 해양보호구역 13곳을 조사한 ‘해양보호구역 모니터링 보고서 공개
과도한 사료 찌꺼기와 배설물이 바다로 유입되면서 적조 발생과 수질 악화가 반복되고 있으며, 실제 조사 과정에서도 거문도와 백도 인근 해역에서 적조 현상이 관찰됐다.
녹색연합은 지난 31일 인천 대이작도부터 경북 울진 나곡리까지 전국 주요 해양보호구역 13곳을 직접 조사한 ‘해양보호구역 모니터링 보고서’를 공개하였다.
그 결과 국내 해양보호구역이 지정 확대에만 치중한 채 실질적인 관리와 보호 기능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시민사회 조사 결과가 나왔다. 관리 인력과 예산 부족, 경계 표시 부실, 법적 규제 공백, 해양쓰레기 방치 등이 전국 주요 보호구역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면서 ‘페이퍼 파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조사는 육안 관찰과 드론 촬영, 담당 공무원 및 지역 주민 인터뷰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녹색연합은 경계·안내 체계, 관리·법제 실효성, 서식지 건전성, 생태계 활력도, 이해관계자 거버넌스 등 5개 지표를 기준으로 평가했다.
서해 지역은 대규모 간척사업과 해양쓰레기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남 신안군의 경우 전국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해양환경 담당 공무원은 단 한 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해안에는 수십 년 동안 방치된 해양쓰레기가 대량으로 쌓여 있었으며, 일부 지역은 수거 비용만 수억 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파악됐다.
남해 지역은 양식업 밀집에 따른 부영양화 문제가 주요 위협으로 지목됐다. 과도한 사료 찌꺼기와 배설물이 바다로 유입되면서 적조 발생과 수질 악화가 반복되고 있으며, 실제 조사 과정에서도 거문도와 백도 인근 해역에서 적조 현상이 관찰됐다.
동해안 역시 보호구역이 다양한 외부 위협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항 호미곶과 울진 나곡리 일대의 잘피 군락지는 육상 양식장 배출수와 원전 온배수 등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에 대한 체계적인 장기 모니터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특히 해양수산부의 ‘20년 입법 공백’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현행 해양생태계법은 보호 가치가 높은 해양생물을 별도 고시로 지정해 채취와 포획을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해양수산부는 2006년 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관련 고시를 한 차례도 제정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해양보호구역 내 불법 채취나 레저 낚시가 이뤄져도 단속할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통영 소매물도와 부산 오륙도 등에서는 낚시객과 해루질 행위가 반복되고 있지만 사실상 제재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 체계의 분산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국내 해양보호구역은 해양수산부, 환경부, 국가유산청 등이 각각 다른 법률과 제도를 통해 관리하고 있어 통합 관리 체계가 부재한 상태다. 이에 따라 관리 책임은 분산되고 실제 현장 관리 부담은 기초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일부 보호구역의 생태적 가치가 유지되고 있는 이유 역시 국가의 관리 때문이 아니라 주민과 어촌계의 자발적인 정화 활동과 감시 노력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기후변화 영향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전남 여수 여자만에서는 폭염과 집중호우 증가로 새꼬막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바지락 양식 전환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외부 모래 반입으로 갯벌 생태계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녹색연합은 현재 우리나라 해양관할권 내 해양보호구역 비율이 약 2% 수준으로 OECD 평균인 21.5%에 크게 못 미친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가 보호구역 면적 확대에만 집중하면서 실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페이퍼 파크(Paper Park)’가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