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빙하 녹는 그린란드' 노리는 이유
석유·가스뿐 아니라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 등 반도체·전기차 등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와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얼음이 녹으면 시추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임기 시작 전부터 그린란드에 대한 지배 욕구를 드러내고 있다. 대부분이 영구 동토인 그린란드는 최근 온난화로 빙하가 빠르게 녹으며 세계 패권 경쟁을 위한 중요 자산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면적이 한반도의 9배 이상인 216만6000㎢에 달한다. 인구는 약 5만7000명이다. 18세기 중반부터 1979년까지 덴마크의 지배를 받았고, 2009년 독립을 선언할 권리가 부여됐지만 여전히 국방 및 외교 정책 등은 덴마크에 맡기고 덴마크령으로 남았다.
우선 그린란드에는 석유·가스뿐 아니라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 등 반도체·전기차 등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와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음이 녹으면 지하자원 시추가 훨씬 용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입장에선 그린란드를 차지할 수만 있다면, 전 세계 희토류 공급량의 90% 이상을 중국이 장악한 판도를 바꿀 수 있다.
또한 북극 일대의 빙하가 녹으면서 생겨나는 새로운 항로도 트럼프가 이 지역에 주목하는 이유다. 중동 지역의 전쟁으로 지중해와 인도양을 잇는 홍해 항로의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아시아와 북미, 유럽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북극 항로가 ‘얼음 위의 실크로드’로 주목받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는 “서유럽에서 동아시아로 가는 해상 운송의 경우, 북극해를 통과하면 홍해의 수에즈 운하로 갈 때보다 경로가 약 40% 단축된다”고 보도했다.
북극이사회(북극 정책을 논의하는 국가 간 협의체)에 따르면 새로운 항로가 다수 개척되면서 북극의 선박 통행량은 2013~2023년 사이 약 37% 늘었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북극을 통과하는 새 항로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 왔다. 지난해 11월에는 두 나라가 북극 항로 개발을 위해 협력한다는 합의에 이르기도 했다.
그린란드는 역사적으로 미국의 안보에 핵심적인 지역으로 간주됐다. 특히 냉전 시대 미국을 주축으로 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그린란드·아이슬란드·영국을 잇는 해상의 길목에서 러시아의 대서양 진출을 차단·감시했다.
북극해와 대서양 사이의 병목에 해당하는 이 해역을 러시아를 막는 핵심 저지선으로 설정한 것이다. 1867년 당시 앤드루 존슨 미 대통령은 알래스카와 함께 그린란드 매입까지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덴마크에 그린란드 매입 대가로 1억달러를 제안했다는 내용이 덴마크 언론 보도로 알려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