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세상 앞에 서서
세상이란 한쪽 방향으로만 갈 수 없기에 헤겔은 변증법을 통하여 ‘정반합의 법칙’을 도출해 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모든 일은 융합과정을 거치면서 재조정을 받기 마련이다.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트럼프가 당선되었다. 트럼프는 피리협정을 탈퇴 선언하여 세계 인류에게 혹독한 비판을 받고 있는데도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월등한 표차이로 당선되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기후 위기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세계 각국에서는 이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사실 트럼프 당선인은 철저한 자국민 우선주의, 국익 우선주의자로서 이미 미국이 세계 경찰국가라는 역할을 과감하게 포기한 사람이다. 이번 대선 공약으로 내건 기후정책은 ‘친 화석연료, 반 청정에너지’이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를 보유하는 국가가 되겠다”며 미국의 전략석유비축량(SPR)을 보충하겠다는 선거공약을 내세웠다. 그래서 그는 취임하자마자 펜실베이니아, 웨스트버지니아, 뉴욕주에서 셰일가스 시추를 서둘러 승인하고, 석유와 천연가스 프로젝트를 좌초시킨 모든 규제를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지난 11일, 공화당 정치인 리 젤딘을 환경보호청장으로 임명하여 ”신속한 규제 완화를 보장할 것”을 주문하였다.
그리고 대표적인 내용으로 전기차 전환과 태양광·풍력 에너지 등 저탄소·청정에너지 전환을 독려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할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비싼 전기차를 사도록 강요하여 전기차 가격을 끌어올렸고 생산 시스템을 붕괴시킨 그린 뉴딜 정책은 사기”라고 주장하였다. 더욱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착안한 탄소포집저장(CCS)이나 수소 혼합 등 새로운 에너지 기술에 투자하도록 만들었던 여러 규제 때문에 미국 시민들이 비싼 전기요금을 물고있다”고 비판하여 결국에는 그의 정책은 화석연료로 되돌아가는 정책을 추진해 나가게 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기업들의 탄소배출량, 탄소감축 계획 등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거짓 공시를 할 경우 기업의 대표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기후공시 제도 시행’에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렇지만 트럼프 1기 당시 연방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탈퇴했을 때 24명의 주지사들은 ‘미국 기후 행동 연합을 만들어 자체적인 기후 대응을 이어갔던 것과 같이 미국 인구의 55%는 여전히 친환경정책을 계속 추진해 나가고 있다.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이 작성한 ‘프로젝트 2025’를 보면, 미국 환경부 역할을 하는 환경보호청(EPA)의 “불필요한 지출을 방지하고” “규모와 범위를 줄인다”고 명시돼 있다. 해양과 대기를 조사하는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해체하고 많은 기능을 없애 민영화하거나 주 산하기관으로 바꿔야 한다”고 나와 있다.
지난 11일, 바이든 행정부가 임명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미국 특사 존 포데스타는 “미국의 기후 대응은 계속될 것이다”라고 전망하였다.
미국 우선주의, 경제와 일자리를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자가 기후과학을 무시할 수는 있지만, 이미 세계 경제가 재생에너지나 전기차와 같은 산업의 성장에 따라 기존 산업이 전환되어가고 있어, 미국 홀로 전혀 다른 길을 가지는 못할 것이란다.
린다 칼허 유럽 기후외교 싱크탱크는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이 청정에너지 시장에서 주춤하자,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는 기회로 활용했다는 것을 예를 들며 “트럼프의 화석연료 집착은 세계 시장의 흐름을 무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과 유럽연합은 새로운 기회를 포기하지 않고 전기차,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제조 투자를 늘릴 것으로 내다본다”고 주장하고 있어 세계 기후정책은 큰 틀에서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28일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지급되는 보조금 등의 수혜가 민주당 선거구보다 공화당 선거구에 3배 더 쏠려 있다. 그래서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이를 쉽게 없애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다만, 보조금 사용의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도 “대형 석유회사들의 로비를 받는 공화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폐지하기보다 수정해 이들의 이익을 챙겨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뉴욕타임스는 지난 8일 기후변화를 “역대 최악의 사기”라고 생각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인수팀이 취임 즉시 시행을 준비하는 행정명령엔 파리기후협약 탈퇴가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미-중은 치열한 ‘전략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도 기후 위기에 대해서만은 ‘협력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키워왔다. 그렇지만 미국이 손을 놓으면 세계 1위 탄소 배출국인 중국의 노력도 후퇴하게 될 것이고 이의 여파는 전 세계에 미치게 될 악영향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1일부터 제29차 가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바쿠 보고서’를 내놓고 “기후 행동을 위해 전 지구적으로 요구되는 투자 규모는 2030년까지 연간 6조3천억~6조7천억달러”라고 추정했다.
“이중 2조7천억~2조8천억달러는 선진 경제권에서, 1조3천억~1조4천억달러는 중국에서, 2조3천억~2조5천억달러는 중국을 제외한 신흥 경제권에서 필요로 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신흥 경제권에 대한 기후 투자를 늘리는 것은 파리협정의 목표인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이하로 제한하고, 기후변화에 적응하며, 자연과 생물다양성에 대해 가속화 하는 위협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신흥 경제권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중국이 아닌 신흥 시장 및 개발도상국들은 “전 지구적인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투자 증가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고, 기후 영향에 가장 취약하며, 가장 많은 자연과 생물다양성 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흥 경제권은 2030년까지 요구되는 전체 투자의 45%를 차지하지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등에선 이런 투자가 크게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중국을 제외한 신흥 경제권의 연간 투자 수요 가운데 1조6천억 달러는 청정에너지로의 전환에, 2,500억달러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과 회복에, 2,500억달러는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에, 3천억달러는 자연 자본과 지속 가능한 농업에, 400억달러는 공정한 전환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서 이번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는 ‘글로벌 에너지 저장 및 그리드 서약’을 준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전 세계 에너지 저장 체계(ESS)의 용량을 2022년 수준의 6배인 1500기가와트로 늘리는 목표를 설정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 등의 유기성 폐기물에서 나오는 메탄을 감소시키기 위한 선언도 이뤄진다.
2021년 26차 총회에서 ‘2030년까지 전세계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최소 30% 줄인다’는 내용의 ‘글로벌 메탄 서약’을 했디. 그런데 이번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들이 뒤를 잇게 될 것이다.
특히 이번 당사국 총회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일은 제임스 마라페 파푸아뉴기니 총리가 당사국 총회의 불참을 선언한 일이다. 그는 ”탄소발자국이 큰 산업국가들이 기후변화의 피해국인 삼림·해양 국가들을 즉각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데 대한 항의”라고 밝히고 있다. 그간 총회에 대해 비판도 많고 불참도 많았지만, 한 나라가 ‘정치적인 항의’ 차원에서 참석 거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푸아뉴기니는 대표적인 기후변화 ‘피해국’이다. 국토 77%가 열대림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전지구의 ‘허파’로 꼽히지만, 세계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등 해수면 상승, 홍수, 산사태, 가뭄 같은 기후 재해에 가장 취약한 나라이기도 하다. 올해 5월에는 긴 폭우가 야기한 대규모 산사태로 2천여명이 매몰되는 참사를 겪기도 했다.
이같이 유엔이 기후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탄소감축 목표 달성은 더욱 어렵게 될 것이어서 기후 위기, 생태 위기, 플라스틱 쓰레기 위기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기상기구(WMO)는 11일 발표한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에서 올 1~9월 전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시기(1850~1900년)에 비해 1.54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파리협정에서 ‘산업화 전 대비 ‘1.5도’라는 기온 상승 폭 제한이라는 마지노선을 넘어선 것으로 세계 인류는 앞으로 닥칠 가상재난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IPCC에서는 앞으로 온실가스 농도는 급격히 상승하는 기후변화의 불가역성을 주장하고 있다.
즉 해양 산성화로 지구의 탄소배출 흡수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해양에서 그 흡수력은 크게 약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얼음의 알베도(반사율)는 80인데 물은 8이어서 높은 산악지대와 북극의 빙하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농도는 급격하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토양이 화학비료와 풍화작용으로 지상의 3cm를 덮고 있는 겉흙이 사리지면서 세계 각국의 사막화가 진전되고 있다. 앞으로 농산물도 겉흙의 소실로 생산력이 크게 약화 되어 식량부족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한다. 결국 세계 인류가 다 함께 손잡고 지구환경 되살리는 운동에 적극 참여 하지 않으면 세계 인류의 생존 위협은 더욱 현실화 될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란 권력이나 경제력만으로 움직일 수 없는 노릇이다. 물론 당장 물리력을 동원할 수 있어 큰 힘을 발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민중의 먹고 살아가는 호구지책과 민중이 다함께 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뒷받침이 없다는 중도에서 좌절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린 민중이 먹고 사는 호구지책과 함께 다함께 미래를 설계하고 추진해 나갈 수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할 줄 아는 진정한 지도자가 나와주길 간절히 기도하는 것이다.
탄소배출 상위 10개국들이 내뿜는 탄소배출량은 전체의 87%가 되고 그중 중국과 미국이 절반인 43%를 차지하여 절반이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는 세계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극단적인 기상이변을 더욱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며 세계 인류의 생명은 더욱 위태로와 질 수밖에 없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린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평범한 진리를 되뇌이면서 참고 기다리는 인내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과의 소통을 거절하고 자기만의 이익을 주장하는 세력들이 나서서 세상을 어지럽게 만들고 나면 그에 따른 반작용이 분명하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뜨거운 에너지를 사용한 난후 낮은 온도의 에너지가 그대로 남아 방출하게 되는데 이를 엔트로피라고 한다. 질서를 유지하려면 거기에 따른 무질서가 그대로 남게 되어 세상을 어지럽게 만든다. 그래서 무질서를 다시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수반하게 되는 법이다. 이같이 세상은 얽히고 설켜 돌아가기 마련이다.
세상이란 한쪽 방향으로만 갈 수 없기 때문에 헤겔은 변증법을 통하여 ‘정반합의 법칙’을 도출해 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결국 다른 한쪽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이를 융합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재조정되면서 세상은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