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2-09(월)
 

해가 바뀌고 정이월이 다 지나는 데도 사람들은 신명을 내지 못합니다. 말만

새해, 무늬만 새해지 50년 전, 30년 전, 20세기에 경험한 그 모습이 오늘도

그대로 우리사회에 재연되고 있어서죠, 정권을 잡았다하면 곧바로 타도 대상이

되는 것도 판박이입니다.

 

갈등과 분열을 치유와 통합으로 외쳤던 거리는 지금도 같은 외침으로 넘치고.

신물 날 만큼 듣던 혁신, 개혁이란 소리는 21세기 지금에도 또 듣고 있지요.

배곯아 죽는 사람은 지금도 여전하고, 수십 년을 이어온 북한 핵문제는 아직도

머리에 인 채 문제 주변만 뱅뱅 돌뿐입니다.

 

신년 벽두부터 들리는 잿빛 소식들. 얼마나 오랜 세월을 더 견뎌내야 사람 살

만한 세상이 올까. 얼마나 참고 또 인내하면 사람들 얼굴에서 웃음꽃이 필까.

우울한 시간을 달래다 FM방송에서 귀가 솔깃한 노래 한 곡이 흘러나옵니다.

 

밥 딜런의 바람 속에 답이 있다. 노랫말이 한편의 훌륭한 시입니다.

밥 딜런은 단순한 가수가 아니지요. 노벨상 사상 115년 만에 세계적인 작가와

시인들을 누르고 노벨문학상(2016)을 수상한 최초의 뮤지션입니다.

 

평론가들은 그의 시가 셰익스피어나 TS 엘리엇에 견줄만하다고 평했지요.

딜런은 레코드 판매 1억장을 돌파하면서 포크음악의 황제 칭호를 받습니다.

특유의 철학적 가사와 진솔한 매시지로 대중음악과 문학의 경계를 허물었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그레미 평생공로상, 퓰리처특별상, 미국이 민간에게 주는

최고의 자유훈장을 받는 등 세기의 음유시인으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애플 주총에서 주주들에게 밥 딜런의 노래 ‘the

times they are a change(세상이 바뀌고 있네)‘를 낭송할 정도로 딜런을

좋아했지요.

 

딜런의 시에는 사람이지만 사람으로 불리지 못한 흑인, 지유를 잃은 사람들,

전쟁 속에서 희생되는 사람들을 위해 사람답게 살 권리를 위해 싸우는 저항의

소리를 내면서도 늘 따뜻한 마음을 담았습니다.

 

그가 다른 유명 시인들과 다른 건 그의 시는 책 속에 있지 않고, 우리 삶 속에

있다는 것이지요. ‘얼마나 더 오래 살아야 세상은...’ 딜런은 사람들의 기원을

노래로 대신해 불러주었지만 세상은 60년이 된 지금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바람 속에 답이 있다. 밥 딜런

얼마나 많은 길을 걷고 나서야

한사람의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가야

 

흰 갈매기는 사막에서 잠들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이 머리 위를 날아가야

포탄은 지상에서 사라질 수 있을까

 

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지

바람만이 알고 있지.

 

얼마나 고개를 쳐들어야

사람은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귀를 가져야

타인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너무 많이 죽었음을 깨닫게 될까

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지

바람만이 알고 있지.

 

얼마나 오래 그 자리에 서 있어야

산은 바다가 될까

얼마나 더 오래 살아야

사람들은 자유로워질까

 

얼마나 더 고개를 돌리고 있어야

안 보이는 척 할 수 있을까

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만이 알고 있지

(소셜가 이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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