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12-09(월)
 

세상은 점점 스마트해 지는데 사람들은 왜 지쳐만 갈까. 저마다 열심히 산다고

사는데 삶은 왜 이리 핍폐해지고 힘들기만 할까. 모두가 허기진 가슴을 달래줄

그 무엇을 간절히 찾습니다.

 

2014년 여름, 이 땅을 위로한 이는 프란시스코 교황입니다. 온 나라가 세월호

에 침몰됐을 때, 그 분이 오셨지요. 교황은 누구를 비판하지 않고 모두의 등을

토닥여 주었습니다. 어둡고 소외된 곳을 찾아 사랑을 헌사할 때마다 우리들

마음은 뜨거웠고, 가장 낮은 곳을 보듬어 줄 때면 희망의 손길을 느꼈지요.

 

음성 꽃동네에서는 더 오래 그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눈을 맞춥니다. 두개골이

움푹 파이고 목뼈에서 꼬리뼈까지 굳어 작은 움직임도 버거운 중증장애인이라

불린 사람들이죠. 교황 앞에서 한없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던 그들. 하지만 더

기뻐한 사람은 교황이었습니다.

 

교황은 이념과 종교, 빈부, 지역을 넘어 만인에게 사랑과 희망의 100시간을

선물했습니다. 명동성당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광화문광장에서는

순교자 124명을 복자로 선포하고, 해미읍성에선 아시아청년대회 미사를

집전하면서 잠들지 말고 깨어서 희망과 덕으로 무장하라고 권했지요.

 

78세 고령에도 쉴 틈 없이 소외된 이웃과 만났습니다.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고통 받는 이들에겐 서슴없이 다가가 꼭 안아주고, 아기들만 만나면 좋아하는

특유의 미소에 사람들은 행복해했습니다. 이 시대의 초강력 행복 바이러스

유포자란 말이 잘 어울린 분이었지요.

 

프란시스코 교황이 이렇게 존경받은 이유는 교황이란 자리에서 내려와 가장

낮은 곳에 머물렀기 때문입니다. 늘 자신을 하느님의 이라 불렀고, 종 이외

다른 건 거추장스런 형식이라고 했어요. 한 신문은 그가 떠나는 날 기사제목을

굿바이 파파.. 청년에 희망주고 한국에 평화를 밝히다로 달았지요.

 

교황은 아이와 식탁에 앉아 있을 땐 TV를 끄고, 함께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지라, 자신과 다른 의견이나 태도를 받아들이고 타인의 삶을 인정하는

게 행복의 첫걸음이라고 권했습니다. 청년들에겐 최소한 먹을거리를 집에

가져갈 만큼의 자존심은 줘야한다행복10계명도 주었어요.

 

- 다른 사람의 삶을 인정하라.

- 관대해져라.

- 겸손하고 느릿한 삶을 살아라.

- 식사 때 TV를 끄고 대화하라.

- 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지내라.

- 청년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줘라.

- 자연을 사랑하고 존중하라.

- 부정적인 태도를 버려라.

- 자신의 신념과 종교를 강요치 말라.

- 평화를 위해 노력하라.

 

교황은 질풍노도 같았던 자신의 과거도 고백했어요. “젊었을 때는 모든 것을

밀어내려고만 했는데, 성인이 돼서는 흐르는 강물처럼 순해졌고. 나이 들어

보니 삶은 고요한 물 같은 것임을 알게 되었다며 겸손하고 친절하게 여유

있는 삶을 살아보라고 했지요.

 

시복식이 있던 날, 강천석 칼럼은 이 나라에 교황이 몰고 온 바람을 이렇게

꼭 찍어 말했습니다. “프란치스코 바람은 연꽃 만나러가는 바람처럼 더위에

지친 8월의 이파리들을 흔들어주는 그런 바람이라고.

우리가 얼마나 광야 같은 세상에서 사람에 주리고 위로에 목말라 하는지,

모처럼 사람을 보고 행복해 했던 6년 전 그때가 생각납니다.

(소설가 이관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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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이 남긴 행복10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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