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생체모방기술
자연을 모방하여 과학이 발전할 수 있고, 과학이 발전하여 신기술로 자연을 더 보존할 수 있어 생체모방기술은 재창조를 통하여 인간과 자연의 공존의 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홍합의 접착력은 폭풍우에도 끄떡 없으며 딱정벌레의 단단한 껍데기는 갑옷을 능가한다. 파리는 선회, 회전, 후진, 8자 비행 등 다양한 비행 기술을 총동원하여 자유자재로 날아다닌다. 이런 생명체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능력은 끝이 없이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생명체의 ‘뛰어난 힘’을 모방하여, 인간 생활에 적용,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내려는 생체모방기술이 최근 4차 산업혁명이 이뤄지면서 본격화되고 있다.
생체모방기술이란 살아 있는 생물의 오묘한 행동이나 구조, 그들이 만들어내는 물질 등을 모방함으로써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전자ㆍ기계 기술이다. 연꽃잎 표면에는 극히 미세한 털이 무수히 나 있어 물방울이 표면에서 퍼지지 않고 공처럼 동글동글 말려서 구르게 되어 있다. 이것은 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수많은 돌기 때문이며 그렇게 구르는 물방울은 표면의 먼지까지 쓸고 가 연잎은 항상 깨끗하다.
이런 연꽃잎의 생태를 바탕으로 독일 바스프사는 나무나 가죽, 옷에 뿌리면 쪼르륵 굴러떨어져 물의 침투와 오염을 방지해 주는 스프레이를 개발했다. 이 기술을 잘 이용하면 유리창 바깥쪽을 닦지 않아도 비가 오면 스스로 빗물에 굴러 떨어지도록 할 수 있다.
이같이 지구생태계는 다양한 생물체들이 각기 다른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생존전략을 진화 발전시켜 오고 있다. 수십억 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행착오와 선택이라는 진화 과정을 통해 살아남은 생명체들의 환경변화에 적응해 온 생존전략의 행동을 모방하거나 이들로부터 영감을 얻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생체 모방기술이라고 한다.
생체모방의 모든 것은 자연에 존재하고 자연이 훌륭한 스승인 셈이다. 홍합의 힘은 지금까지 생물체에서 알려진 가장 센 결합력의 4배. 홍합이 바위에 단단하게 붙어있을 수 있는 것은 10개의 아미노산이 반복 돼 있는 단백질 때문이다.
물에 젖을수록 더욱 강력한 접착 능력을 갖게 되는 홍합 접착제는 수술 후 상처 부위를 붙이는 데 실 대신 사용할 수 있어 의학에서 혁명과 같은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
미국에 건축에서도 생체모방기술이 사용되었다. 벌집의 정육각형 모양이 비행기나 집의 내부재에 이용되었다. 꿀벌은 배에 붙어있는 밀랍샘에서 밀랍을 분비하여 벌집을 짓는다. 그런데 벌집의 각 방이 하나같이 육각형이며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은 이 육각형 벌집을 일러“낭비가 전혀 없는 완벽한 구조물”이라 극찬했다.
정육각형 구조는 최소의 건축 자재를 써서 최대의 공간을 얻는 경제적 건축 방법이다. 육각형의 한 면은 이웃하는 면과 빈틈없이 연결되는 공동의 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는 생체모방 기술은 벨크로(velcro) 같은 생활용품 제작에 주로 활용됐으나 최근에는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 분야에도 활발히 적용되고 있어 현대과학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이란 흔히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스마트시티, 로봇기술, 드론,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 등으로 막연하게 초연결, 초지능, 초융합 사회를 의미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4차 산업혁명 관련 신기술과 서비스는 세계인류의 생활의 틀을 완전이 뒤바꿔 놓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게 된다.
우선 우리나라는 도시화율이 82.5%이고 미국(81.6%), 영국(82.6%), 일본(93.5%) 등으로 선진국들은 대부분 인구가 도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리고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자원 및 인프라 부족, 교통, 환경, 주택문제, 에너지 부족 등 다양한 도시문제가 심화 되어 많은 환경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 도시의 다양한 기능에 ICT 기술을 접목해 미래도시의 혁신과 신성장 동력을 얻고자 하는 스마트시티 전략을 국가전략정책으로 채택하고 있다.
또한 빈부격차로 사회갈등이 심화되면서 저성장·고령화 사회의 특성을 반영하고 저소득층, 노약자, 장애인 등 취약 계층을 배려하는 사회복지문제도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당면과제라고 할 것이다. 이런 각종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기술로서 생체모방기술이 각광을 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생물이 가진 여러 가지 기능을 모방해 이용하는 기술을 '생체모방기술' 혹은 '청색기술'이라고 한다. 실제 인류의 수많은 혁신은 이처럼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덕분에 가능했다.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지구는 점점 더 많은 문제에 직면하면서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는 인류의 능력 또한 날로 정교해지고 있다.
영국 노팅엄트렌트대학교 아민 알하바이베 교수는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발전한 청색기술 5가지를 꼽아 발표 하였다.
1) 차량용 센서 - 박쥐
박쥐는 '반향정위'를 사용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자유자재로 날 수 있다. 반향정위는 고주파 음을 낸 뒤 부딪혀 되돌아오는 반사파로 물체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이다. 이처럼 박쥐는 소리와 초음파를 방출한 다음, 파동의 반사 시간과 크기를 계산해 주변 환경을 3D 공간으로 그려낸다.
자동차에 옵션으로 장착가능한 후방센서 등 차량용센서는 박쥐의 이 반향정위 능력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됐다. 장애물에 음파를 발생하면, 이 소리가 반사돼 돌아올 때까지의 시간을 측정해 장애물과 거리를 산출하는 식이다.
2) 건설장비 - 딱따구리
딱따구리는 뾰족한 부리를 사용해 딱딱한 나무 표면을 두드리면서 먹이를 찾고, 둥지를 짓고, 짝을 유인한다. 압축 공기를 이용해 암석에 구멍을 뚫는 공기착암기 등 건설장비는 딱따구리의 진동하는 부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다만 이와 같은 전동공구는 건설 작업자 손을 다치게 할 위험이 크다. 이에 전문가들은 딱따구리가 반복적인 진동 영향으로부터 자신의 뇌를 보호하는 방법을 최근까지도 연구하고 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딱따구리는 다른 새들에게는 없는 몇 가지 충격 흡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연구진은 딱따구리 두 개 골이 특히 매우 견고하게 고정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튼튼한 두개골 구조가 진동의 충격을 흡수하면서 딱따구리 뇌를 보호하고 있었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작업자들을 위한 충격흡수장치 및 진동 제어장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3) 건물 설계 - 가리비
가리비는 부채 모양 주름진 외부 껍질을 가진 연체동물이다. 껍질에 새겨진 지그재그 모양 주름은 껍질 구조를 강화해 수중 고압을 견딜 수 있게 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골판지상자가 있다. 2개의 판지 층 사이에 골판지 재료를 접착해 상자 강도를 높이는 식이다. 종이를 지그재그 모양으로 접고 그 위에 물건을 놓으면 하중을 더욱 잘 견디는 것처럼, 주름진 표면을 도입하면 재료 강도가 크게 증가 한다.
가리비는 주름진 껍질에 돔 모양 구조까지 더해져 엄청난 하중을 견딜 수 있다. 이 구조는 돔 모양 전체에 무게를 고르게 분산시켜 한 지점에 가해지는 하중을 줄인다. 이 이론은 별다른 재료를 보강할 필요 없이 구조물 안정성을 향상 시킨다는 점에서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을 비롯한 다양한 건물 설계에 영향을 끼쳤다.
4) 샤크핀 - 상어
상어는 공기역학적 이점을 제공하는 등지느러미 2개를 가지고 있다. 이 지느러미는 유체 저항을 최소화하고, 상어 뒤쪽에 난기류 영역을 만들어 전진하며 이동하는 효율성을 증가시킨다.
레이싱카 로프 위쪽에 자리한 샤크핀(sharkpin)은 이러한 특징을 가진 상어 지느러미에 착안해 만들어졌다.
샤크핀은 레이싱카 중심선을 따라 세로로 이어지며 일반적으로 조종석 뒷부분부터 본체 끝까지 이어진다. 이 샤크핀은 레이싱카에 여러 공기역학적 이점을 제공한다. 고속주행 시 난기류를 줄이고 코너링을 할 때는 안정성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5) 벨크로(찍찍이) 산우엉씨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제품에 사용되는 찍찍이는 쉽게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접착용 구조를 가리킨다. 운동화 끈 대신 부착할 수도 있고 깁스를 고정할 때도 사용된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이 제품은 산우엉씨에서 착안해 만들어졌다. 산우엉씨 구조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한쪽은 갈고리, 한쪽은 걸림 고리 형태로 맞물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한번 맞물리면 서로 고정돼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압력을 세게 주면 둘을 분리 시킬 수 있고 다시 접착도 가능하다.
이같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의 첨단기술도 생체모방기술을 통하여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로봇과 우주선분야도 한 단계 높여 생체모방기술에서 가장 주목 받는 것은 곤충. 곤충의 뇌신경 시스템은 척추동물보다 상당히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기억이나 학습능력 등 고도의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곤충은 로봇을 만드는 데 핵심 대상이다. 일본 도쿄 대학의 시모야마 교수 팀은 바퀴벌레가 움직일 때 더듬이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전기 신호를 측정하여, 울퉁불퉁한 곳에서도 똑바로 갈 수있도록 설계된 로봇‘로보로치’를 만들었다.
자벌레의 몸 움직임을 이용하여 대장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내시경 로봇, 굴곡이 있어도 자유자재로 움직일수 있는 지네 로봇 등 로봇 기술의 모티브가 되는 곤충은 참으로 무궁무진하다.
생체모방공학은 천체 기술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기틀이 된다. 지금까지는 우주선 선체에 상처가 났을 때 우주인이 직접 나가거나 로봇팔로수리를 해오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영국 브리스톨대 항공우주공학과 이언 본드, 리처드 트래스크 교수팀이 우주선 소재에서 자연적으로 액체가 흘러나와 상처를 메워 주는‘자가 치료’가 가능한 획기적인 우주선 소재를 개발함으로써 우주선이 스스로 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아이디어는 상처가 공기에 노출됐을 때 혈액이 응고되는 사람 피부에서 얻었다고 한다. 우주에는 공기가 없어 흘러나온 액체가 응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문제는, 소재 표면에 상처가 나는 순간 굳어버리는 특수 액체가 함께 분비되도록 만들어 말끔히 해결했다.
이같이 자연을 모방한 기술은 많고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자연을 모방하여 과학이 발전할 수 있고, 과학이 발전하여 신기술로 자연을 더 보존할 수 있다.
생체모방공학은 자연을 재창조하는 과정이자 이해하는 과정이다. 생체모방기술에 인간과 자연의 공존의 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