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의 외침‘밤베렐라’
‘밤베렐라’. 당신은 용기가 필요하고 지칠 때 자신에게 힘을 주는 마법의 주문이 있나요? 내 인생에 힘이 된 한마디는 무엇인가요? 순례의 완성은 온 곳으로 잘 돌아가는 것이다
언어에는 정령이 있어 ‘말이 씨를 뿌린다’고 합니다. 하늘아래 언어 중 가장 용맹스러운 단어는 ‘용서’일 것입니다. 그만큼 행함이 어려워서죠. 남을 미워하지 않고 미움을 받지 않고 세상을 살 수 있다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리 녹녹하지 못합니다.
세상을 살면서 생기는 미움은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우리의 일상에는 사랑한 만큼 미움도 증오도 생겨요. 받은 복이 많으면 원수도 생깁니다. 때로는 커피 한 잔 나눈 적 없는 사람이 나를 험담하고,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나를 원수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나옵니다. 남의 인생 한 복판에 뛰어들어 돌이키지 못할 불행을 만들기도 하지요.
그래서 용서를 몇 번 하면 되느냐는 질문에 “일곱 번씩 일흔 번을 하라“고 성경은 가르칩니다. 그만큼 용서하며 사는 일이 어려운 일이지만, 가치와 상급이 크다는 뜻이겠지요. 가능한 한 남을 미워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척지지 않고 살려 해도,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에서 감정이 충돌하면 미움이 생기고 커집니다.
더구나 왼뺨을 때리면 오른 뺨도 내밀라는 가르침엔 속수무책일 때가 많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맹수 같은 용맹함 없이는 쉽게 행하지 못하는 게 용서하는 일입니다. 내가 용서를 했는데 상대가 거부하거나, 상대가 용서를 구하는데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어렸을 때 옆집 장독을 깨뜨려 난리가 났습니다. 엄마가 오시기 전에 해결해 보려고 두 손을 싹싹 빌었는데 “아를 어째 키웠냐” 며 놀라 달려온 엄마에게 심한 말을 퍼부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내가 식식댑니다. “엄마는 그딴 소릴 듣고 왜 가만있어? 엄마한테 욕한 거 절대 용서 못해!” 그때 엄마가 성난 아들에게 타이른 말이 있습니다. “잘잘못은 하나님이 아신다. 은혜는 가슴에 새기고 미움은 냇물에 새겨라.”
밤베렐라 (bambeleiia)!
남아공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26년간 감옥생활을 하면서 매일 자신을 향해 외쳤던 말입니다. ‘never give up! 포기하지 마라. 주님이 희망이시다’ 만델라 대통령이 그 긴 세월을 감옥에 살면서 끝까지 희망을 지키려고 자신을 일깨운 말. 그만이 지닌 마법의 주문이 ‘밤베렐라’입니다.
만델라는 남아공에서 평등선거로 뽑힌 첫 대통령이지요. 아프리카민족회의 지도자로 반아파르트헤이트 운동을 전개하다가 투옥돼 그 긴 26년 수감생활을 견디고 나와 민족의 영웅이 되고, 세계인권운동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그의 위대함은 대통령이 되어 자신과 민족을 탄압한 자들을 용서한 점입니다. 진실화해위원회를 설치해 과거사를 용서로 청산하고, 흑백갈등이 없는 국가를 세우고자 평생을 헌신했지요. 그가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되던 날, 전 세계가 반겼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용서와 함께 짝을 이룬 단어가 ‘희망’입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끊임없이 희망을 전하는 사람입니다. 그중 온몸으로 희망을 말한 고 장영희 교수가 있지요. 그는 죽기까지 ‘희망이란 새 한 마리’ 어깨 위에 올리고 희망을 속삭였어요.
타고난 장애에 세 번의 암 투병 속에도 조선일보에 연재한 ‘영미시 산책’엔 늘 희망의 새가 날았습니다. ‘산을 넘고 보니 이 산이 아니네’ 할 때도 “진정한 용기는 다시 도전하는 것“이라며 마법의 주문을 걸곤 했습니다.
‘밤베렐라’. 당신은 용기가 필요하고 지칠 때 자신에게 힘을 주는 마법의 주문이 있나요? 내 인생에 힘이 된 한마디는 무엇인가요? 순례의 완성은 온 곳으로 잘 돌아가는 것이다
(소설가 이관순의 손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