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과학자 스티븐 호킹의 여인
“몸이 한계에 달하면 깃털 하나만 얹어도 허리뼈가 부러진다”고 한 제인의 독백이 얼마나 가혹한 선택였는지, 운명이었는지를 알려줍니다.
선택은 인간에게 운명과도 같습니다. 영문 알파벳 서열에서도 이를 암시하지요. 알파벳 B는 태어남(Birth)이고 D는 죽음(Dead), B와 D사이에 존재하는 것은? ‘선택 C (Choice)' 입니다.
프랑스의 지성 샤르트르도 ‘인생은 선택’ 이라고 했어요. 아침에 일어나 잠 잘 때까지 선택하며 사는 게 인생입니다. 무엇을 먹을까? 마실까? 만날까? 삶의 사방엔 선택의 요소로 가득 차 있어요. 우리의 모든 행동은 끊임없는 선택으로 이루어져 그것이 모여 하루가 되고, 1년이 되고, 일생이 됩니다.
선택에는 운명적 요소가 따르지만, 결혼한다는 것은 선택 중 가장 중요한 선택입니다. 72억 인류 중 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므로. 특히 배우자의 선택은 운명을 바꿀 수도 있지요.
20세기를 대표하는 물리학자라면, 아인슈타인 다음으로 스티븐 호킹을 꼽습니다. 그는 천재 물리학자라는 수식어가 따를 만큼 상대성이론과 우주론에 독창적 업적을 쌓았지만, 일반인에겐 루게릭병과 뒤틀린 외모로 더 친숙합니다.
발병전만해도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스스럼없는 교우관계, 조정경기의 키잡이 등을 하며 활기찬 젊음을 보냈지요. 21세 때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2년밖에 살지 못한다는 시한부를 선고받지만, 불굴의 의지로 감동적인 삶을 이어갔습니다.
병마와 싸우느라 읽고 말하고 쓰기가 어려운 상태에서 쌓은 이론 물리학의 업적이 그래서 더 빛났습니다. 그가 쉽게 풀어 쓴 ‘시간의 역사’는 전 세계에 1000만부 이상 팔리며 명성을 안겨주었지요. 또한 미국 드라마 ‘빅뱅이론’에 깜짝 출연해 ‘스타 과학자‘로도 이름을 올립니다.
스티븐 호킹을 사랑한 여인의 러브 스토리는 감동적이죠. 1965년 꿈 많은 여대생 제인 와일더는 케임브리지 대 연구원 스티븐 호킹과 만나 3년 열애 끝에 결혼합니다. 희귀병을 앓는다는 것을 알고도 우주에 대한 그의 열정과 풋풋한 함박웃음에 주저함이 없었지요.
하지만, 30년이 지난 후 제인은 세계적 물리학자로 우뚝 선 남편과 결별을 선택합니다. 남편을 내조하고 가사에 전념했지만, 자신과 가정이 스타남편의 허깨비 장식으로 세상에 비치는 것을 더는 견뎌내지 못한 것입니다.
그 내밀함을 자신의 전기 <스티븐 호킹 - 천재와 보낸 25년>에 밝힙니다. 여자의 사랑과 헌신, 애증과 고통이 뒤섞인 천재 과학자와의 기구한 생활을 담담히 풀어냅니다. 온몸이 굳은 남편을 먹이고 입히고 목욕시키고... 모든 일상을 챙기는 건 오롯이 그녀 몫이었지요.
세 아이의 엄마로, 아내로, 사실상 어머니 노릇까지 감당했지만 군주처럼 받들기를 강요한 천재의 권위와 기벽은 그녀를 번뇌 속으로 내몰고 맙니다. 책 곳곳에 호킹의 초인적 면모를 존경하면서도 걱정으로 맞는 잠자리, 호킹과 간병인과의 사랑, 미움과 다툼 등이 가슴을 시리게 합니다.
천재와의 25년은 장애인 가정의 내밀한 아픔이기도 합니다. “몸이 한계에 달하면 깃털 하나만 얹어도 허리뼈가 부러진다”고 한 제인의 독백이 얼마나 가혹한 선택였는지, 운명이었는지를 알려줍니다. 글 이관순(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