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화학물질 사고방지는 유비무환만이 정답이다.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사실상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설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중앙정부가 나서서 화학물질 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어야 할 것이다.
지난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소재의 일차전지 제조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아리셀 2층 건물에서 배터리 셀 하나가 폭발하면서 다른 배터리까지 연소 되어 순식간에 1천도 이상 온도가 치솟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였다.
결국 23명의 사망자, 2명의 중상자. 6명의 경상자 등과 함께 공장 전체가 날려가는 대형 화재가 발생하였다. 더욱이 사망자의 대부분이 중국, 라오스 출신의 외국인이라서 놀래지 않을 수 없다.
리튬배터리 화재의 가장 큰 문제는 ‘열폭주’ 현상이라고 한다. 리튬 배터리는 기온 상승이나 과충전 등으로 온도가 올라가면 풍선처럼 부피가 커지면서 배터리 내부 압력이 커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분리막이 붕괴해 양극과 음극이 직접 접촉하면서 불이 붙고 급격한 온도 상승이 일어나는 열폭주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초기 화염이 제거되더라도 뜨거운 열이 근처 다른 배터리의 열폭주를 일으키면서 연쇄적으로 발화가 시작된다. 열 폭주가 발생하기 직전 전압 강하 이후 15~40초의 골든타임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 골든타임이 지나고 나면 열 폭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리튬 배터리가 폭발하는데 이는 마른 모래와 팽창 질석, 팽창 진주암을 사용해 차단하는 방법이외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한다..
화재가 일단 발생하면 전소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는 완벽히 진화하기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장시간 이어지는 화재에 대비해 건물 붕괴 등으로 인한 소방대원과 인근 주민들의 안전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만일 물로 소화한다면 리튬배터리는 물과 만나 가연성 높은 수소 가스가 발생해 오히려 열폭주현상을 가속화시키는 꼴만 발생하게 된다. 평상시에는 수분을 통제해야 해서 화성공사 현장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하지만 열 폭주가 일어나 대형 화재로 번졌을 때는 오랜 시간 물을 대량으로 뿌려 뒷수습해아 된다.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의 대표적인 원인은 배터리 내부의 온도가 높아져 폭발하는 '열 폭주' 현상으로 알려졌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4가지 요소인 양극, 음극, 두 극의 접촉을 차단하는 분리막, 이온의 원활한 이동을 돕는 매개인 전해액으로 구성돼 있다.
충전될 때 리튬 이온을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시키고, 방전될 때 다시 양극으로 돌아올 수 있게끔 해 반복적으로 충전 및 방전 상태가 된다. 충전 시에는 강제로 리튬 이온이 음극으로 이동하며 화학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되는데, 그중에서도 전지가 완전히 충전됐을 때가 가장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리튬 연료전지공장을 설립하면서 이런 대책마련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현장에는 반드시 MSDS(물질안전보건자료)를 비치하도록 되어 있는 국제적인 의무 규정도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고 하니 이순신 장국의 유비무환 정신을 이어받은 민족으로서 창피함으로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법 제110조 및 111조에 의거 유통되는 화학물질 및 화학물질을 함유한 제제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는 해당 물질을 양도하거나 제공(제조·수입·판매자(도·소매업자))하는 자로부터 제공받도록 하고 있다. 이는 2006년에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여 화학물질을 제조·수입·사용하는 사업주에게 MSDS를 작성·게시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었으나 사업주는 영업비밀로서 보호하여야 할 가치가 있는 정보까지 모두 공개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어 일정한 물질은 영업 비밀에서 제외되도록 보완조치를 마련하였다. 그런데 2009년에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영업 비밀로 전체의 45.5%에 이르고 있어 영업 비밀은 ‘구성성분 및 함유량’으로 제한하도록 하였다.
물질안전보건자료란 화학제품 제조자가 화학물질의 유해위험성, 응급조치요령, 취급방법 등을 설명해주는 자료(Material Safety Data Sheets, MSDS)를 말한다. 즉, 화학물질취급자에게 유해성·위험성 등에 대한 알권리를 확보하고 화학물질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작성된 자료이다. 이는 2만 가지 이상의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제조업체들에겐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보호를 위한 필수적인 보호조치이다.
2012년 9월, 경북 구미시 구미산단 4단지 내 휴브글로벌에서 불산 저장탱크에서 폭발이 일어나 5명이 유출된 유독가스로 인해 숨졌다고 발표하였다. 그렇지만 총량 10톤 정도의 불산가스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었지만 주민들이 피난한 지 하루만에 돌아왔고 중화작업을 위해 사용되는 석회가 떨어지자 소방차로 물만 뿌렸다. 이는 중화작업이 아니라 희석작업을 하여 저농도 오염지역을 넓혔고 최종적으론 상수도원인 낙동강까지 오염시켰다.
그래서 불산 누출 사고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난 10월 28일, 불산은 낙동강으로 확산되었고
12월 17일, 피해 지역의 가축 3,654마리를 비롯한 오염 농축산물 전량 폐기되는 일이 발생하였다. 결국 2차 피해자가 2천명이나 되는 엄청난 대형사고로 확대되었다.
화학물질 취급 부주의가 얼마나 큰 대형사고를 만드는지 우리들에게 교훈이 되는 사례이다.
그렇지만 화학물질 취급 부주의는 여전히 발생하고 이로 인한 대형 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또한 2001년 9월, 프랑스 최대 화학비료공장인 AZF에서 강력한 폭발사고가 발생하였다. 이는 200톤의 초산 암모늄이 폭발한 사고로 30명 사망, 782명 부상, 3천명의 사상자를 낸 끔찍한 사고이었다.
툴루즈 시내 중심가 건물 창문이 깨지고 학교, 상가, 주택 건물 벽에 금이 가는 등 건물 2만6천600채에도 손상이 가 믈질적 피해만 약 20억 유로(약 2조8천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후 프랑스는 총리 중심으로 위기관리 센터를 만들어 직접 중앙정부가 화학물질관리에 관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2035년부터 화석연료 신차 생산을 중단시키고 전면적으로 전기차, 수소차로 전환시켜 나간다고 한다. 그러면 대부분 배터러 차량이 일반화될 것이고 이에 대한 수요는 크게 확대될 수밖에 없는 추세이다.
화성 리튬 배터리 폭발 참사로 노동자 23명이 숨진 가운데 미국 등 선진국의 리튬 배터리 관리 매뉴얼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은 이미 리튬 배터리의 위험성을 인지해 2020년 처음 관련 지침을 세운 뒤 지난해 개정판도 내놨다.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폭발과 함께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 쉬운 만큼, 화재 자체를 막기 위한 리튬 배터리 관리 방식을 세세하게 규정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의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설치 지침’(NFPA855)은 리튬 배터리의 관리부터 화재 발생 시 진압 방식까지 상세한 기준을 두고 있다. 미국은 주 정부 등에서 일정 요건을 갖춘 협회의 인증기준을 채택하는 방식으로 건축·소방 등 법규를 구성한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국가화재방호협회(NFPA)가 만든 화재안전기준이다.
이 가운데 ‘855지침’이 에너지저장시스템과 리튬금속·이온 배터리 저장에 대한 설계부터 운영·관리, 폐기, 화재 대응까지 전 과정에 대한 안전 기준을 담고 있다. 2020년 지침이 처음 마련됐을 땐 에너지 저장시스템에 대한 규정만 두다가, 지난해 개정 때 리튬금속·이온 배터리 저장에 대한 챕터가 포함됐다.
지침의 핵심은 리튬 배터리 시설의 ‘상존하는 폭발 위험’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튬 배터리의 특성상 한번 폭발이 발생하면 대형 화재로 번지는 것을 막기 어려운 탓에 지침은 리튬 메탈·이온 배터리 저장 시 소분과 이격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화학물질은 2만가지가 넘어서고 있으면서 이들이 합성되면 독성화, 폭파 가능성이 높아져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대형사고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유비무환 정신이 요구된다.
이순신 장군은 해군 역사상 유례가 없는 23전 23승을 거둔 영웅이다. 그는 나라의 운명이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에서 갖은 모략으로 고난을 겪으면서 무기력한 군령을 엄하게 정비하고 무기, 군량미, 병력 등을 최대한 확보했다. 창의적 돌격선인 거북선을 건조하고 함포 개발과 전술 훈련부터 지형, 지세, 물길 특성까지 세밀하게 파악하는 등 철저한 사전 대비로 국가를 구했던 것이다. 이런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정신은 대한민국을 단기간에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사실상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설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중앙정부가 나서서 화학물질 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