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6-21(금)
 

반려동물 1000만 시대. 어딜 가도 동물과 만납니다. 사람들은 개에게 어떤

운동을 시켜야 할지, 고양이는 어떤 장난감을 주면 좋을까를 놓고 고민합니다.

사람이 동물에게 무엇을 배우고, 동물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걱정하는

사람은 찾기 힘듭니다.

 

가을볕이 좋아 공원 벤치에 앉았는데 주인을 따라 산책을 나온 시추 한 마리가

내 쪽으로 다가옵니다.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쓰다듬어주니 무릎까지 올라와

얼굴을 핥고 난리입니다. 그것으로 끝나면 좋았을 것을, 다음이 문제였죠.

 

시추를 데리고 가던 주인이 면박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너 똥개야? 아무나

꼬리치면 어떡해?” 순간 무안해진 건 나였지요. 사람들은 애완견을 엄마,

아빠하며 끼고 살지만 실상 생명체를 얼마만큼 사랑하느냐 와는 별개로

보입니다.

 

한 주인을 좇아야 혈통 있는 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위협적인 개를 은근히 자랑하기도 합니다. 심심찮게 애완견 때문에

다툼이 생깁니다. 왜 우리 쁘니만 야단치세요. 개라고 하셨는데 그럼 개조심

하시면 안 되나요?“

 

듣자하니 내 새끼를 개라고 폄하한 댁이 비켜서 가라는 말로 들립니다. 개를

놓고 싸운다는 게 볼썽사나운지 됐다며 자리를 피하네요. 해외에서는 이런 개를

사회성이 부족한 문제 견으로 봅니다. 낯선 사람이라고 다 도둑은 아니니까요.

 

명견 진돗개가 세계애견협회에 정식 품종으로 등재되기까지 시간이 걸린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 주인에만 충성도가 강해서죠. 진돗개가 군견으로 적합하지

못한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주인이 자주 바뀌는 환경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거지요.

 

사람도 어린 시절의 경험과 교육이 평생에 작용하듯 개의 사회성도 생후

3-12주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때 다양한 환경과 사람을 접하지 못하면 훗날

낯선 사람이나 상황 앞에 쉽게 겁을 먹고 짖거나 공격성을 띈다고 해요.

 

최근 야생동물이 잇단 변을 당하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습니다. 주택가에 나타난

맷돼지가 사살, 포획, 도주하는 소동을 벌이더니, 다음날 밤은 고속도로를 걷던

맷돼지 10마리가 모두 차에 쳐 죽었습니다. 이들은 왜 나타났을까요?

 

지난 주, 서초구 서리풀공원에 올랐다가 여기저기 토끼가 뛰노는 진 풍경과

마주쳤습니다. 사람을 봐도 경계하지 않는 걸 보면 이러한 환경에 익숙해져

보입니다. 그러다 서초구청이 내건 안내문을 읽고서 사연을 알았지요. ‘제발

토끼를 버리지 마세요일종의 호소문입니다.

 

애완동물 1000만 시대의 그늘입니다. 언제라도 싫증나면 버려지는 개, 고양이,

열대어, 토끼 등. 곳곳에 버려진 생명들의 신음에는 무관심합니다. 곧 겨울이

올 텐데 토끼는 모진 추위를 어떻게 견딜까? 그러면서 엉뚱한 생각이 도집니다.

이판에 전쟁이 난다면 거리마다 버려진 애완동물로 홍수가 나겠구나.

 

유전자 관점에서 보면 모든 생물은 연결돼 있습니다. 서로 돕고 공생해야 그나마

생태계가 유지될 텐데, 지금 인간이 자행하는 이 어마한 환경파괴, 생명파괴는

궁극에 내 가족을 사지로 모는 일입니다. 생명체 최상부 고리의 사람이라면,

이제라도 좋은 생명체로 살아야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앞으로 처음 본 개가 꼬리를 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참 잘 키우셨네요.

교육이 훌륭하신가 봐요.” 이렇게 칭찬하면 어떨까요?

글 이관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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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생명체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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