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탄소흡수원으로 부각되는 블루카본 이야기
해조류가 탄소를 저장하는 능력은, 육상 식물보다 뛰어나 50배나 되며 해조류 군락지 1헥타르(ha)가 연간 흡수하는 탄소량은 약 500톤(t)에 달해 비용도 CCUS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최초로 2013년부터 5월 10일을 ‘바다식목일’로 제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이는 현재 바닷속 해조류가 매년 9만 톤에 가까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지구를 지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바다숲을 조성하여 탄소흡수원으로 활용하자는 목적에서 이다.
해양수산부는 바다숲을 복원하기 위해 감태 및 모자반 바다숲 조성, 천연 해조장 보전, 수산자원 서식처 보호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이식한 해조류가 안정적으로 정착해 자랄 수 있는 신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따라서 2009년부터 바다숲 조성 및 관리사업을 추진한 결과 2021년까지 2만 6644ha를 조성했는데. 이는 여의도의 92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2030년까지 전국 연안에 5만 4000ha 규모의 바다숲을 조성할 계획이란다.
지난 6월 5일,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은 ㈜가치와 블루 카본을 활용한 탄소배출권 확보 방법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블루 카본은 연안에 서식하는 해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흡수한 탄소와 조석, 파도 등 물리적 작용에 의해 갯벌(진흙) 사이사이 공간에서 포집된 탄소를 말한다. 육상 산림보다도 흡수 속도가 최대 50배나 빨라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중요한 탄소흡수원이 되고 있다.
㈜가치는 바다숲이나 해조양식 사업으로 조성하는 해조류 서식지에서 흡수된 탄소량의 정량적 측정과 활용방법에 대한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LG화학은 ‘잘피 서식지 복원 및 연구 사업’을 진행, 오는 2026년까지 사업장이 있는 여수 앞바다에 잘피 군락지를 만들고 축구장 14개 크기인 10헥타르(ha) 규모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10ha 규모의 잘피 서식지(잘피가 심어진 퇴적층 포함)는 자동차 2,800대가 매년 배출하는 양의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그룹도 최근 해양수산부, 한국수산자원공단과 ‘해양 생태계 보전을 위한 블루카본 사업 추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잘피숲 블루카본 사업 추진 노력 및 해양 생태 환경 개선과 ESG 경영 실천 등에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해양수산부와 함께 ‘KB바다숲 프로젝트’ 일환으로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잘피숲 조성과 연안 정화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현대차는 지난달 해양수산부, 한국수산자원공단과 ‘해조류 블루카본 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단기적으로는 바다숲 복원에 나서고, 중장기적으로는 해조류 블루카본이 공식적인 탄소흡수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탄소저감 효과 연구 및 관련 방법론 개발 등을 지원한다.
포스코는 철강 슬래그로 만든 인공 어초 브랜드 ‘트리톤’을 통해 해양 생태계에 유용한 칼슘과 철 등의 미네랄을 공급한다. 이 미네랄은 해조류 생장과 광합성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대차와 포스코 등은 국내 서식이 활발한 해조류의 블루카본 국제인정을 지원하고 있다.
UN 식량농업기구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 해조류의 97.38%가 아시아 지역에 집중적으로 생산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즉 중국이 56.82%로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다음으로 인도네시아(27.81%)와 대한민국(5.09%)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럽과 미국 등에서도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식량 안보 등을 해결해 나가는 방안으로 해조류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바다숲은 크게 해조류와 해초류로 나뉜다. 해조류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나는 다시마, 미역, 김과 같은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가 있다. 해조류 숲은 1ha당 연간 약 3.37t의 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확한 탄소 흡수율과 저장 능력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국제사회에서 해양 탄소흡수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해초류의 탄소 감축 능력은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에서도 서식이 가능한 잘피는 탄소 감축뿐만 아니라 양생물들에 먹이를 제공하고 서식처, 산란장의 역할도 한다.
우리나라는 국제 탄소감축 인정을 받는 해초류 생태계가 별로 없고, 아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 생태계가 대부분이다. 이에 기업들은 해초류 복원사업과 함께 해조류의 국제인정을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학술지 네이처는 주요 해조류 34종 가운데 하나라도 자랄 수 있는 바다와 양식이 가능한 바다 분포를 보여주는 지도를 만들었다. 세계적으로 양식이 가능한 면적인 약 6억5000만 헥타르 가운데 우리나라는 약 800만 헥타르로 육지 면적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넓은 편이다.
먼저 이들 해조류를 양식할 수 있는 조건은 수심 200m 미만 등을 갖춘 바다이며 나라별로 보면 1억 헥타르가 넘는 인도네시아가 가장 넓고 호주가 7000만 헥타르로 뒤를 잇고 있다, 일본은 뜻밖에도 900만 헥타르가 채 안 돼 바로 뒤인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없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에서는 입지 조건이 열악한 우리나라가 해조류 양식에서는 세계 20위 안에 들고 있어 해조류를 중심으로 하는 블루카본을 탄소습수원으로 활용해 나가야 할 것이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해부터 영국 스타트업 러닝타이드(Running Tide)를 통해 2년간 이산화탄소 1만2000t을 심해에 가둘 계획이다. 해조가 자라면서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고, 무게가 늘면 자연스럽게 심해로 가라앉는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러닝타이드는 유기물을 활용해 생분해가 가능한 부표에 다시마를 씨앗을 부착한 마이크로팜을 개발해 탄소를 포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술로 획득한 탄소배출권을 MS와 캐나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Shopify) 등에 판매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다.
이와같이 해조류는 산소를 만들고 탄소를 흡수하는데 흡수한 탄소는 해저에 저장한다. 해조류가 탄소를 저장하는 능력은, 육상 식물보다 뛰어나 50배나 되며 비용도 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CCUS)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다. 해조류 군락지 1헥타르(ha)가 연간 흡수하는 탄소량은 약 500톤(t)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