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용 종이컵 규제에서 제외시켜 친환경 종이컵업자들은 큰 손실
1회용품 규제 강화에 맞춰 친환경 종이컵 등을 준비해 온 업체들은 “아무 종이컵이나 써도 된다고 하면 조금이라도 더 비싼 친환경 종이컵을 누가 쓰겠느냐?”고 항의
환경부는 지난 7일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1회용품 규제 대상에서 종이컵을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2019년부터 추진된 종이컵 규제는 4년 만에 시행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무산됐다.
지난 1년동안 국내에서는 248억 개의 종이컵을 사용하였다. 당초 24일부터 식당이나 커피전문점에서 사용을 금지해 이 수치가 줄어들 예정이었다. 그렇지만 보름을 앞두고 없던 일이 됐다.
한국은 1회용 종이컵 사용량이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크기에 따라 자판기부터 식당, 커피전문점 등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환경부의 ‘폐기물 직매립 제로화를 위한 1회용품 사용억제 로드맵 마련’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종이컵 사용량(2018년 기준)은 인스턴트 커피나 물을 따라 마실 때 주로 쓰는 작은 크기의 저평량 종이컵이 209억 개, 커피 전문점에서 쓰는 고평량 종이컵은 38억 개로 추산된다. 플라스틱컵 사용량(46억 개)보다 5배 이상 많다. 한 사람이 일주일에 쓰는 종이컵 개수도 4.84개에 이른다.
재활용이 쉬운 친환경 종이컵을 개발해도 규제와 비용 등에 막혀 시장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1회용품 규제 강화에 맞춰 친환경 종이컵 등을 준비해 온 업체들은 환경부의 발표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종이컵 업체 대표인 천경유 씨는 “전날 산업부의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어렵게 재활용이 가능한 신소재 종이컵에 대한 판매 승인을 받았는데 하루 만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 기분”이라며 “아무 종이컵이나 써도 된다고 하면 조금이라도 더 비싼 친환경 종이컵을 누가 쓰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