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광로 제철방식을 고집하는 이유
고로 방식에 의한 제철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많은 환경문제를 야기시키고 있지만 자동차, 조선, 전자, 건설 등 후광산업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 고로방식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위원회가 지난 2021년 8월 5일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서 “고로(용광로)를 전부 전기로로 교체하고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100% 도입해 철강업계 탄소배출을 95% 감축하겠다”는 ‘2050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였다.
이에 포스코, 현대제철 등 일괄 생산업체들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며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고로를 전부 전기로로 교체하면 자동차강판 등 고부가가치 철강재를 생산하기 어렵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이제 막 첫 발을 뗀 상태이어서 언제 도입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탄소중립위원회는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 2억6천만톤(t)에서 2050년 5310만t으로 79.6% 감축 목표를 제시했고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철강업계는 2018년 1억120만t에서 2050년 460만t으로 95%를 감축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특히 철강산업 주요 감축수단으로 수소환원제철 100% 도입과 기존 고로를 모두 전기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철강재의 기초 원료인 쇳물은 고로와 전기로를 통해 생산된다. 전기로는 고로에 비해 친환경적인 제철 방식이다. 그래서 온실가스 배출은 고로와 비교해 보통 4배에서 10배 수준까지 절감시킬 수 있다.
그렇지만 고로는 철광석을 원료로, 전기로는 철스크랩을 원료료 쇳물을 생산하고 있어 전기로 쇳물 제품으로 고로 제품을 대체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로에서 나온 쇳물은 순도(순물질이 차지하는 비율)와 연신율(단방향으로 잡아당길 때 부러지지 않고 늘어나는 비율)이 높아 자동차 강판, 냉연도금 강판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데 쓰인다. 그렇지만 전기로를 통해 생산된 쇳물은 철근, 형강과 주단강 제품을 생산하는데 사용된다.
물론 전기로에서 나온 쇳물로 차강판 등 원자재가 되는 열연강판을 생산할 수는 있지만 순도와 연신율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 열연강판을 모재로 자동차강판, 가전용 냉연도금강판 등을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전기로를 고도화해 고로 쇳물 성분과 같게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여야 힌디. 그런데 이에 대한 기술개발이 얼마나 완성될지 장담할 수 없으며 비용 측면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다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고로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1고로는 연간 550만톤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다. 국내 최대 전기로는 KG스틸은 연간 150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어 산술적으로 전기로 3기 이상을 지어야만 고로 쇳물량을 맞출 수 있단 계산이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는 포스코 9기, 현대제철 3기 등 총 12기의 고로가 가동 중인데 이를 전기로로 대체하려면 막대한 투자비용이 소요된다. 결국 수소환원제철 도입만이 정답이라고 할 수 있는데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2050 탄소중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2040년 적용을 목표로 첫 발을 딛겠다는 방침이다. 그래서 그리 쉽사리 해결될 수 없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할 것이다.
고로를 통한 철강의 제조는 제선 → 제강 → 압연의 과정을 거친다. 용광로에 철광석과 코크스, 석회석을넣 1,200℃의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는다. 뜨거운 바람에 코크스가 타면서 철광석이녹아 쇳물이 되는 공정을 제선이라고하고 여기에 나오는 쇳물이 바로 용선이다.
철광석이 용선이 되기까지 6시간이 소요되며, 이 때 용광로 안의 온도는 1,500℃에 이르게 된다
용광로에 석회석을 넣는 이유가 바로 불순물을 없애기 위한 것으로 이 찌꺼기를 슬래그라고 부른다. 철광석에서 뽑아낸 쇳물은 부러지기 쉽고, 변형하기 어려우며 인(P), 황(S) 등 불순물이 많다. 그래서 쇳물에서 불순물을 없애고 탄소(C)의 양을 줄여서 강을 만드는 제강과정을 거친다. 압연은 깨끗한 쇳물에서 고체인 반제품 상태의 강을 원하는 두께의 강판으로 늘리거나 얇게 만드는 과정으로 열연압연과 냉간압연으로 나뉜다.
고로는 대용량 설비로 생산하므로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높다. 판재류를 주로 생산하며 자동차, 조선, 가전, IT 산업에 쓰인다.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며 전기로에 비해 마진이 높으나, 높은 건설비와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많다.
전기로는 전기로 열을 발생시켜 쇠를 녹이는 가열로를 의미한다. 녹이는 과정을 제강이라고 하는데 발열 방식에 따라 저항로, 아크로, 유도로 등으로 분류된다. 제강용으로는 대부분 아크로가 사용된다. 고로와 비교할 때, 용량이 적고 철스크랩을 원료로 사용하며 비교적 적은 투자비(5,000억~1조 원)와 공간을 필요로 하며 공정시간이 짧아서 생산대응이 빠르다. 전기로는 스테인리스강, 도구강 등 특수한 용도에 쓰이는 철강을 만드는데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그리고 철 스크랩을 재활용함과 동시에 전기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다. 철스크랩 성분 중 제거하지 못하는 원소들 때문에 발생하는 미량의 불순물이 항상 있을 수 밖에 없어 이를 재활용하기 때문에 정교한 철강제품을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전기로 방식에 의해 생산된 봉형강은 상대적으로 투박하며 고부가가치 강종 생산이 어려우며 전기료가 많이 들어 간다는 단점도 있다,
파이넥스 공법은 원료를 예비 처리하는 코크스 제조공정과 소결공정을 생략하고 값싼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원료로 사용한다. 때문에 유사한 규모의 용광로에 비해 투자비와 생산원가를 15% 가량 낮출 수 있다. 그렇지만 철광석을 녹여 쇳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철광석에 결합된 산소를 제거하는 절차,즉 환원반응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코크스이고, 코크스를 쓰기 위해서는 코크스 공정이 또 필요하다.
그러나 파이넥스 공정에서는 석탄을 코크스로 만들지 않고도 환원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파이넥스에서는 철광석을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코크스, 소결공정이 필요하지 않으니 기존 고로공정보다 적은 비용으로 쇳물을 만들 수있다.
파이넥스 공정은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환원가스로 환원시켜 순수한 철 성분으로 바꾸어 주는 유동환원로, 환원된 철광석과 석탄을 일정한 모양으로 만드는 HCI 설비 및 성형탄 설비, 그리고 철광석과 석탄을 녹이고 환원에 필요한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만들어내는 용융로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지만 용광로를 이용하는 것보다는 품질이 크게 떨어진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아같이 고로 방식에 의한 제철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아직까지 많은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쉽사리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자동차, 조선, 전자, 건설 등 후광산업들의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기 위해서는 고로방식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