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09-29(목)
 

갈대와 억새는 생김새가 비슷해 혼동하기가 쉬워요. 이를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늪지대 같은 물가에서 자라는 것이 갈대이고, 산과 들에서 만나는

것이 억새랍니다. 또 갈대는 색깔이 갈색이고 키가 크지만 억새는 은빛에

키가 갈대보다 작습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말입니다. 프랑스의

과학자이자 사상가, 수학자인 블레즈 파스칼이 그의 명상집 팡세에 남긴

유명한 경구죠.

 

?인간은 자연 가운데서 가장 약한

하나의 갈대에 불과 하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다.?

 

파스칼은 인간에게 내재한 연약함, 위대함을 생각하는 갈대에 비유했어요.

나무가 자신의 비참함을 아는 것은 슬픔 그 자체로 끝이지만, 인간이

비참하다는 것을 아는 것은 위대함이라는 깨침을 담고 있지요.

 

앞줄에 나오는 약한 갈대는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않는다는 성경구절과 통합니다. 이 말씀은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가

노예가 된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구세주의 구원 언약입니다.

 

소망 없이 노예로 살아가는 불쌍한 이스라엘 백성을 상한 갈대와

꺼져가는 등불에 비유한 것이죠. 파스칼이 말하는 갈대는 비참한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이란 새로운 매시지를 전달함에 있었어요.

 

다음 구절이 파스칼이 인간을 향해 던지는 핵심 구절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다.?

 

상하고 나약한 태생적인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인간의 존재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위대함은 무엇인지를 전합니다. 파스칼이 성서의 가르침에 기초한

것은 기독교 사상가로, 구도적인 삶의 상징을 갈대에 둔 것으로 보여요.

 

팡세는 프랑스어로 사색집이란 뜻입니다.

팡세는 파스칼 사후에 가족이 그의 지혜와 사색이 담긴 메모 첩을

발견하고 한 권으로 묶어 낸 책입니다. ‘팡세에는 모두 924편의 짧은

글이 실렸어요. 르네상스 이후 기독교의 위상이 추락할 때, 사람들에게

인간의 존재가치를 설명하고 신앙으로 돌아올 것을 권합니다.

 

흥미로운 건 파스칼이 인간의 자아와 이성을 내내 강조한다는 점입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말에서도 볼 수 있듯, 파스칼이 보기에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이유를 생각사유에서 찾았습니다.

 

우리의 존엄인 내 인간의 자아와 이성을 강조한 것은 이를 근간으로

발달한 계몽사상과도 부합했어요. 팡세는 후대로 갈수록 인간의 이성과

자아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밝혀낸 교과서로도 자리를 굳힙니다.

인간의 이성은 물론 보편적 심리까지 적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서죠.

 

10월이 되면 포천의 명성산, 정선의 민둥산, 하늘공원 같은 억새

명소에서 억새축제가 열립니다. 가을에 하얗게 무리지어 흔들리는

억새풀의 향연은 가을의 정점임을 알립니다.

 

황혼녘에 물드는 산허리에 형성된 억새 군락을 향해 쏴아하며 바람몰이

에 휩쌓일 때, 우윳빛 물결로 출렁이는 풍경은, 화려한 꽃이 아니더라도

은빛 하나만으로 이렇게 눈부시고 아름답다는, 경탄을 부릅니다.

 

한없이 허약하면서 위대함을 상징하는 존재가 갈대이든 억새이든 그것이

중요하지 않아요. 새 깃털처럼 가벼운 은꽃이 되어 산바람 들바람에

몸을 부대끼면서 소리내는 갈대와 억새. 흔들리고 흩날리는 건 그들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갈대에 억새에 시선을 모으는 우리도 마찬가집니다. 순백의 순결 속에

나는 누구인가. 생각 없이 흔들리는 나약한 갈대인가, 흔들리면서도

끊임없이 이성과 사유와 자아의 실천을 꿈꾸는 갈대인가.

 

한해가 소문없이 저무는 시간, 창을 두드리는 바람소리가 들린다면, 나를

향해 이렇게 말해보세요 진심을 담아.

?나는 나약한 갈대에 불과 하다.

하지만 생각하는 갈대이고 싶다.?

글 이관순 소설가/ daum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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